지난해 남양유업 사태로 불거진 ‘갑의 횡포’ 논란 이후 갑의 수난시대가 올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 될 수 있는 사건이 발생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와 주류도매업체 오션주류(대표 문진배)는 지난 28일 민변의 박진석 변호사를 신고 대리인으로 오비맥주가 ‘갑의 횡포’를 부려 회사를 망하게 했다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신고인들은 오비맥주가 공정거래법상의 ▲거래상 지위의 남용 중 이익제공 강요, 불이익 제공 ▲거래거절 중 기타의 거래거절 ▲사업활동방해 중 기타의 사업활동방해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제소장에서 오션주류가 오비맥주와 거래를 시작한 지난 2004년 7월에는 카스맥주의 판매량이 경쟁사에 밀린 상황이었기 때문에 오비맥주측에서 오션주류에게 담보(1000만원)의 89%를 신용으로 제공, 판매량을 늘리는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카스의 판매량이 증가하자 대금결제조건을 RPC 10/20에서 RPC 10/30으로 완화시켰다가 오션주류의 상황이 어려워지자 다시 RPC 10/20으로 변경하고 추가적인 담보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RPC 10/20이란 10일간 발생한 외상채무를 20일 후에 결제하는 것을 뜻한다.
또한 거래규모가 늘어나면서 외상채무가 증가함에 따라 추가적인 담보제공이 필요한 상황에서 오션주류가 대응하지 못하자 2013년 12월 말에는 카스맥주의 출고량과 출고시간을 조절하고 출고까지 정지시켜 정상적인 영업이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이들은 주류유통사업의 특성상 가장 판매 비중이 높은 12월 말에 출고량·출고시간이 조절되면서 오션주류는 손실을 입었고 결국 2014년 1월 15일에 당좌수표 부도를 내고 도산에 이르게 되었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주류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참여연대의 주장은 업계관행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오션주류의 입장만을 반영한 억지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부분의 유통사업과 마찬가지로 주류도매 또한 담보를 제공하고 담보의 일정비율만큼을 외상으로 거래한다.
인천의 K주류 P모 대표는 “도매상의 입장에선 담보제공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주류제조업체나 수입업체로선 물건 값을 떼이거나 유통업체가 고의로 부도를 내는 경우에 대비해 채권회수를 위한 안정장치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물량이 증가함에 따라 담보를 추가로 요구하는 것 또한 자연스런 업계의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오비맥주측은 이와관련, 오션주류측의 고의부도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그러한 정황으로 2013년 12월 말 오션주류 대표가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디아지오 등 주류제조사 및 수입업체 지점장들과의 모임에서 “전직원들에게 퇴직금의 50%를 지급했다”고 말한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당시 오션주류는 주류제조사에 지급해야할 대금이 모두 연체인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보유 현금을 모두 퇴직금으로 지급해 고의로 부도를 내려했다는 의혹이 짙다는 것이다.
추가 담보를 요구하는 바람에 부도가 났다는 주장도 억지라는 입장이다. 오비맥주측은 오션주류가 2012년과 2013년 2년 동안 총 23회를 연체해 계약해지 요건에 해당하지만 지난해에만 14차례나 추가 담보 없이 오션주류의 채권한도를 늘려 주며 제품을 공급했다고 설명했다.
오비맥주측이 출고량을 제한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지난해 단 한 번도 출고를 제한한 적이 없으며 12월 31일 2시간 출고가 지연된 것이 전부”라며 “오션주류는 수년간 담보 부족상태가 지속되어 왔고 지난해 12월에는 정상거래가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오비맥주의 공급중단으로 부도났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지난 1월초 오션주류 측에서 먼저 전 제조사에 대해 전면 출하 중단을 요청했다”며 “오비맥주가 임의로 제품 공급을 중단한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이번 사건이 지난해 남양유업의 불공정 거래 사례로 화두가 된 ‘갑의 횡포’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사회적 분위기를 등에 업은 악의적인 ‘을의 생떼’인지 당국의 엄정한 판단과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