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업계 "핸드폰 인증방식은 왜 안되나"
"국세청은 말로만 '세정동반자'" 푸념
5월 종합소득세 신고라는 '대목'을 코앞에 둔 세무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국세청이 내놓은 홈택스 보안조치 강화에 따라 수임납세자가 '공인인증서'를 통해 세무정보 이용을 사전 동의해야만 납세자 정보조회가 가능하도록 변경됐기 때문이다.
카드사의 개인정보유출 사태로 인해 개인정보보호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상황이지만 일부 세무사들은 또 하나의 화두인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에 국세청이 '역행'하고 있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공인인증서 발급 과정부터 어려움을 겪는 상당수 연로한 수임납세자가 과연 홈택스 정보동의 과정까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느냐로 모아진다.
세무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로 공인인증서 발급조차 어려워하는 수임납세자들을 위해 은행까지 동행, 공인인증서를 발급하고 직접 동의절차를 처리하는 세무사들이 상당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도 이 같은 부분을 고려, 최근 공인인증서 인증방식 외에 납세자가 직접 세무서를 찾아 본인 확인 절차를 진행하는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무사들은 가뜩이나 바쁜 일선에 기름을 붙는 '탁상행정'이라며 연이어 질타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법인이나 복식부기의무자는 세무서에 직접 방문해도 처리가 불가능해 인증서가 없는 경우, 현실적으로 처리 할 방법은 없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다.
이에 세무사들은 개인정보보호가 목적이라면 공인인증서 인증방식으로 한정하지 말고 핸드폰 인증방식이나 신용카드 인증방식을 함께 사용하도록 하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공인인증서 발급에 어려움을 겪는 수임납세자라도 핸드폰 인증방식을 통하면 쉽게 본인을 인증할 수 있고, 실제로 대부분의 인터넷 인증절차에서 핸드폰 인증 방식이나 신용카드 인증방식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
그러나 세무사회에 따르면 최근 국세청은 핸드폰 인증방식 또는 신용카드인증방식 도입에 대해 예산 등의 사정을 이유로 검토 중에 있다는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세무사는 이 같은 국세청의 답변에 "제도라는 것이 예산을 확보하고 시행하는 것이고 예산 확보전이라면 시행시기를 적절히 조율해야 하는 것이 수순인데, 국세청이 이 같은 답변을 내놓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또 다른 세무사는 "인증서를 통해 동의했으면 전자세금계산서도 열람 가능하게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전자세금계산서는 별도로 세적담당자에게 열람청구를 해야 된다"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아울러, 국세청이 틈만 나면 손을 내밀며 이야기하는 '세정동반자'라는 타이틀이 무색하다는 푸념 섞인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한 세무사는 "그동안 국선세무대리인 등 국세청이 추진하는 대부분의 사안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온 것이 세무사들인데 말로만 세정동반자라는 이름을 붙일 뿐, 현실은 국세청이 세무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세무사회는 코앞에 다가온 2013년 귀속 종합소득세 확정·신고기간만이라도 보안조치 강화 이전의 기존의 홈택스 조회방식이 가능하도록 국세청에 건의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과 대책방안을 조율하고 있다는 세무사회가 국세청으로부터 어떤 답변을 받아들일지, 1만 세무사들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