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참사…'박근혜 정부' 총책임자는 누구?
여객선 세월호 침몰참사가 발생한 지 8일째. 실종자 숫자가 줄어들고 있지만 그만큼 느는 것은 생존자가 아닌 시신들의 일련번호다.
전 국민적 애도가 이어지고 있는 지금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슬픔에 비례해 커지는 분노와 우울감이다. 이는 바로 선장과 선원들의 줄행랑, 정부의 무능 때문이다. 특히 구조작업과 사태수습에 총력을 기울여야할 정부가 골든타임을 놓친 것도 모자라 우왕좌왕한 지휘체계로 혼선만 빚으며 구조 시간을 낭비했다.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은 물론 전 국민이 분노할 만하다.
위기에서 리더십의 정체는 드러난다. 2008년 중국 쓰촨성 대지진 당시 원자바오 총리가 보였던 발 빠른 대책 마련과 현장 장악력은 여전히 회자된다. 특히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내민 따뜻한 손길과 정부를 믿으라는 확신은 하루 아침에 불안과 공포에 휩싸였던 중국인들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얘야, 울지 마라, 나와 중국 정부가 너를 꼭 돌봐 줄께!"
"내가 왔다, 총리가 왔다. 조금만 더 참아라"
정부를 믿으라는 말, 정부가 책임지고 해내겠다는 말은 전쟁 같은 상황에서는 국민의 불안을 잠재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말’에는 '책임지겠다'는 말도 '믿으라'는 말도 없었다.
"철저한 조사와 원인 규명을 해서, 책임질 사람은 모두 엄벌토록 할 것", "옷 벗을 각오를 해야 한다"고 단호함을 내비쳤지만 총 책임자인 대통령은 그 역할을 비껴갔다. 드러난 정부 구조 시스템의 무능을 관계 부처의 책임으로 돌리며 부하들의 '엄벌'만 강조함으로써 책임의 정점에 서 있는 대통령 자신의 포지션을 외면한 꼴이 됐다.
대통령의 '엄포' 이후에도 정부의 오락가락은 여전해 실종자 가족들은 믿을 사람이 없다며 청와대까지 올라가려고 했다. 왜 아니겠는가. 지칠 대로 지친 가족들 앞에서 라면을 먹거나 기념사진을 찍겠다는, 제 정신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장관과 고위당국자를 보면서 어떻게 정부를 믿겠는가. 그건 어불성설이다.
사태가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박 대통령의 책임전가는 청와대 회의 자리에서도 여전했다. "정부의 위기대응 시스템과 초동 대처에 대해서도 반성해야 한다"는 질책을 보면서 정부의 책임자인 대통령 자신은 어디에 자리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본인의 이름을 딴 '박근혜 정부'임에도 외신들마저 질타하는 박근혜 정부의 무능에 대해 '사과'는 없었다.
더욱이 박 대통령은 취임 인사말에서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정부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다.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 '안전강국'을 호언장담한 대통령은 없고 그저 호통과 질책으로 책임에서 빠져나가려는 대통령만 있을 뿐이다.
9‧11사태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부르짖으며 2기 집권에 성공한 미국 부시 전 대통령은 2005년 뉴올리언즈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늑장 대응함으로써 지지율이 급락, 레임덕을 맞았다. 게다가 부시 대통령은 당시 카트리나의 예상 피해상황을 사전에 보고 받았음에도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나마 면죄부가 될 수 있는 건 당시 그가 휴가였다는 점이다.
원자바오 총리나 부시 대통령에 닥친 위기는 '인재(人災)'가 아닌 천재지변이었다. 100% 인재인 세월호 침몰사고에 대해 첫날 박 대통령은 "구명조끼를 다 줬다는데 찾기 그렇게 힘든가요?"라고 말하며 사태 파악의 무지를 드러냈다.
박근혜 정부의 늑장대응과 총체적 무능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위기에서 드러난 '박근혜 리더십'의 민낯으로 인한 가족들의 절규는 지금도 진도에서, 안산에서 계속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