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말을 아꼈다.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정부가 취한 안일한 대응조치에 대해서는 차후에 질책을 하기로 하고, 사태 수습에 만전을 기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힐 수 있는 선박과 관련한 규제완화 조치가 도마 위에 올랐다. 여기에 매년 줄어들고 있는 재난관련 예산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다.
정부에서도 공감했다. 세월호 침몰 사태와 관련한 책임규명은 잠시 접어두고, 실종자 구조 및 수색 작업에 투입되는 인력이나 예산 등에 힘쓰기로 했다.
□ 국회 "사고수습이 먼저…책임은 나중에 묻겠다" =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세월호 침몰 사고 피해자에 대한 재정·세제지원 등이 담긴 지원 대책을 보고했다.
이 자리에서 현 부총리는 "사고를 막지 못했고 초기에 대응하지 못한 것과 관련해 자괴감이 밀려온다. 저를 포함한 공직자들은 피해가가족과 국민들의 슬픔, 탄식을 평생의 회초리로 간직해야 할 것"이라며 "기획재정부 차원에서 대책반 활동과는 별도로 구조예산이나 세금 감면 등 기재부 역할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실종자 구조 등 정부차원의 사태수습을 주문했다.
다만 정부의 잘잘못은 따져 물었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이번 사고를 보면서 현장에 있는 피해자 가족들과 자원봉사자, 시민들이 한 목소리로 '이게 국가냐'고 절규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구조작업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단 한명이라도 구조하기 위한다는 마음을 먹어야 된다. 이후 국회 차원에서도 피해자 보상, 사고 책임규명 활동을 하는 대책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설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정부가 이 상황에 대처한 것들을 보고 전 국민이 어이없음을 넘어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있다"며 "지금은 상황을 수습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부총리를 포함한 전 국무위원들이 함께 물러나면서 상황을 수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 "무분별하게 풀어줬다"…도마 위에 오른 '규제완화' = 특히 무분별하게 풀어준 '규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김현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번 사고가 나게 된 이유가 선박이라고 얘기들 한다. 20년 연령한도의 선박을 25년으로 연장하고, 이명박 정부에서는 30년 운행할 수 있도록 규제완화를 했다"며 "박근혜 정부가 규제완화를 하겠다는 깃발을 내걸고 있는 만큼, 이번 사건을 통해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정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이번 사고의 원인이 대한민국 개발과정에서 기본을 무시하고 대충대충 빨리빨리 관행과 안전을 무시하고 추진했던 규제완화도 한 몫 했을 것"이라며 "국민의 안전, 생명, 노동권 등 이런 규제완화에 대해선 매우 엄격하고 바라보고 기본과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현 부총리는 이와 관련해 "규제완화와 관련해 그런 점들을 잘 유의해서 규제완화 시책을 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부실한 재난관리 예산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윤호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안전관련 예산 계획이 적어도 2008년 이전까지는 계속 10% 증가해 왔고, 그 중에는 35% 증가를 한 해도 있었다"며 "하지만 2009년 이후에 한 자리수 증가를 해오다가 이명박 정부가 끝나고 박근혜 정부가 들어오면서 마이너스 4.9%로, 오히려 재난관리 예싼이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논의 예정이었던 안홍철 한국자산공사(KCI)의 해임안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기재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야당에서 어제 밤에 빼자는 의견이 있었다”며 “언제 논의될지는 모르겠다. 할 기회조차 없을 거 같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