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른 악재로 은행들이 잔뜩 울상을 짓고 있다.
김종준 하나은행장은 저축은행 부당지원 혐의로 중징계를 받았는가 하면, 한국씨티은행은 구조조정을 놓고 노사 간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돼 있는 상태.
이와 더불어 KDB산업은행은 일본 도쿄지점에서 일부 부실이 발견돼 논란에 휩싸였다.
은행에 대한 감독책임이 있는 금융당국은 부랴부랴 은행장들을 한 자리에 집합시켜 당부사항을 전달하는 모습을 연출해 사태의 위급성을 가늠케 했다.
□ 김종준 하나은행장 중징계…향후 거취 '관심' = 김종준 하나은행장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으며 그의 향후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7일 금융감독원은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김 행장에 대해 문책경고 상당의 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이는 김 행장이 하나캐피탈 사장 시절 미래저축은행에 대해 145억원의 변칙적인 지분투자를 했기 때문. 이 과정에서 약 60억원의 부실을 초래한 책임이 있을뿐더러, 관련 이사회 회의록과 서류 조작에 대한 감독이 소홀했다는 결론이다.
문책경고를 받은 은행임원은 앞으로 3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금지되기 때문에 내년 3월까지가 임기인 김 행장의 연임은 무산됐다. 나아가 1년 남짓한 임기를 마저 채울 수 있겠느냐는 불안의 시선도 상존한다.
이날 김 행장은 제재심 직후 기자들을 만나 "그 당시 사업에 대해 충실히 설명을 드렸다. 가급적 모든 사항에 대해서 얘기할 기회를 받았다"고 밝히면서도 향후 거취에 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 씨티·산업은행도 '도마 위' = 실적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씨티은행이 과도한 용역비와 직원 살생부 작성 논란 등으로 노사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달 초 씨티은행은 점포 56개를 없애는 방안을 발표했으며, 이른바 ‘살생부’로 불리는 구조조정 명단이 작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 노조는 지난 16일 법원에 사측의 점포 폐쇄 조치를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이후 이뤄진 노사 간 협의는 사실상 결렬되면서 쟁의조정은 파행을 겪고 있는 상황.
특히 당기순이익을 넘어서는 비용을 용역비로 처리했다는 주장이 일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과도한 용역비 산정을 통해 본사로 배당성격의 금액을 전달했으며, 이는 곧 실적악화와 직원 구조조정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노조의 입장이다.
한편 산업은행은 도쿄지점에서 일부 부실징후가 발견돼 주목을 받았다.
산은은 지난 1월 도쿄 지점에 대해 자체 감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다수의 부실 가능성을 포착해 이를 금감원에 보고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은행들의 도쿄지점에서 문제가 잇따라 발생하자 산은에도 자체점검을 실시토록 했다"며 "이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발견돼 보고가 들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출 담보비율 산출에 오류가 있었고, 담보 물건에 대한 화재보험 부보액 산출 및 보험료 납입 확인이 미흡했다는 것이 산은 도쿄지점에 대한 지적사항. 또 동산 물건에 대한 담보 점검과 차입금 상환 가능성 검토도 부실했다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산은 관계자는 "최근 일본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부당 대출과는 무관한 일"이라며 "대출 취급 시 일부 검토사항이 산은의 내부기준에 비춰 미흡한 부분이 있어 자체적으로 지적하고 당국에 보고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 금감원에 모인 은행장들…무슨일로? = 최근 은행권에서 크고 작은 사고들이 잇따르자 금감원이 주요 은행장들을 소집해 당부사항을 전달했다.
지난 15일 금감원은 여의도 본원에서 은행장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KB·우리·하나·신한·외환·씨티·SC·산업·기업·농협 은행장 및 수석부행장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최수현 금감원장은 "금융소비자 피해방지를 위해 CEO들이 앞장서서 철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며 "향후 대형 금융사고가 계속 발생하는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상주검사역제도를 시행하는 등 금융회사를 밀착 감시할 수 있는 방안도 적극 강구하겠다"고 전했다.
상주검사역제도란 2명 이상의 금감원 직원을 특정 금융사에 상주하게 해 지속적인 감시·감독을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더불어 금감원은 최근 일부은행의 해외지점에서 발생하는 비리를 뿌리 뽑기 위해 해외점포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할 방침.
현장검사 시 본점의 해외점포 관리실태를 중점 점검하고, 이미 체결된 업무협약을 기반으로 현지 감독당국과의 공조를 강화해 감독역량을 늘린다는 구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