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으로 인한 '주식의 이전'도 증권거래세법에서 말하는 '주권의 양도'에 해당해 증권거래세를 내야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함상훈 부장판사)는 최근 외국 법인 L사가 삼성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권거래세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외국법인 간 합병으로 인해 자본금이 증가됨에 따라 주식 가치가 상승한 만큼 유상으로 소유권이 이전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과세에 잘못이 없다고 판시해 원고 L사에게 패소 판결한 것으로 17일 밝혀졌다.
외국법인 H사는 또 다른 외국법인 L사에 흡수합병됐다. 합병 당시 H사는 국내 회사인 Y사가 발행한 주식 940만 주를 소유하고 있었는데, 세무당국은 이 주식이 합병을 통해 H사에서 L사로 이전된 것을 증권거래법 상 주권의 양도에 해당한다고 보고 L사에 대해 증권거래세를 부과했다.
L사는 이에 대해 증권거래세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유상으로 소유권이 이전돼야 하는데, 상법상 흡수합병은 권리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하게 되는 것으로 계약상 또는 법률상의 원인에 의해 유상으로 소유권이 이전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반발했다.
특히 이 사건의 경우 영국법인인 CH사가 합병법인인 L사와 피합병법인인 H사의 지분 전부를 소유하고 있어 L사는 피합병법인의 주주인 CH사에 합병신주 또는 합병교부금 등 합병으로 인한 합병대가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L사는 "합병에 따라 이 사건 주식의 소유권을 취득한 것은 합병에 따른 법률상의 효과일 뿐, 자산의 소유권이 유상으로 이전된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과세가 잘못됐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행정법원 재판부는 "외국법인 간 합병으로 인한 주식의 이전이 증권거래법에서 말하는 주권의 양도에 해당한다"며 과세당국의 거래세 부과에 잘못이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합병에 따른 주식의 이전은 법인세법에서 말하는 주식의 양도에 해당하고, 법인세법의 '주식의 양도'와 증권거래세법의 '주권의 양도'를 다르게 해석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이 사건 합병의 경우 CH사가 합병법인인 L사와 피합병법인인 H사의 주식 전부를 소유하고 있다는 특수한 사정으로 합병대가가 지급되지 않았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판결문(2012구합22782)에서 "합병으로 인해 H사의 자본금만큼 L사의 자본금이 증가됨에 따라 L사의 주식 가치가 상승했으므로 결국 이 합병으로 인해 이전된 자산의 가치가 L사의 주식 가치에 반영됐다"며 "따라서 이 합병의 경우에도 유상의 반대급부가 인정된다"며 과세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