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곳간에 또 다시 '노란불'이 켜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초부터 세금이 잘 걷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세수실적 부진 여파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벌써부터 올해 정부의 세입예산 달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들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해 1월~2월 세수진도비는 14.3%였고 결국 세입예산 대비 8조5000억원의 세수가 부족징수됐다. 올해 1월과 2월 세수진도비 또한 지난해와 유사한 14.4%다.
문제는 올해 국세수입 전망치가 작년보다 16조6000억원이나 늘어났다는 점이다.
정부는 세입현황을 실시간에 준하는 수준으로 검토하고 성실신고를 적극 유도해 자진신고 납부세수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지만, 경제 활성화를 최우선 정책목표로 잡았다는 점에서 세무조사 등 징수행정의 강도 또한 높이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 세수진도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저조' = 17일 박원석 정의당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2월 내국세수 실적은 31조1000억원. 연간 목표세수 대비 징수실적을 뜻하는 세수진도비는 14.4%에 그쳤다.
이는 국세수입이 정부 예상치보다 8조5000억원이나 모자라 세수부족에 시달렸던 지난해 같은 기간(14.3%)과 비슷한 수치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8년(18.8%)과 2009년(16.2%)보다도 낮았으며, 2010년(17.4%), 2011년(16.3%), 2012년(18.3%)에 비해서도 크게 뒤처진 수준이다.
세목별로 살펴보면 소득세 진도비가 18.9%로 가장 높았고, 부가가치세 진도비가 16.2%, 법인세가 4.5%였다.
다만 법인세의 경우 전년도 12월에 사업연도가 종료된 영리법인과 비영리법인, 국내 원천소득이 있는 외국법인들이 이듬해 3월까지 신고·납부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2월까지는 세수진도비가 낮게 형성되는 특성이 있다.
같은 기간 관세청이 담당하고 있는 세수(관세+내국세(부가가치세)) 또한 진도율이 부진하기는(2013년 2월 14.3%→2014년 2월 12.4%)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 세수확보 '안간힘' 쓰는 정부…세수결손은 불가피(?) =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가 올해 목표한 국세수입 전망치 달성에도 먹구름에 잔뜩 끼여 있다. 정부의 올해 국세수입 전망치는 216조5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6조6000억원 많게 설정되어 있다.
정부 내부에서도 경제상황이 두 눈에 확 들어올 정도로 나아진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세입확대는 어렵다는 눈치다. 올해 4.0%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한다는 전제조건이 붙더라도 세수부족 상황은 면치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세수확보 위해 경제활성화 '우선'"…현오석 경제부총리(오른쪽)와 김덕중 국세청장이 지난 2월 서울 수송동 국세청에서 열린 전국세무관서장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세수를 늘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국세청은 세수실적 올리기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주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세수상황점검회의를 통해 세입현황을 면밀히 검토하고 성신신고를 적극 유도해 자신신고 납부세수를 극대화한다는 복안이다.
또 지난해부터 이어온 역외탈세 등 4대 분야 중심의 지하경제 양성화도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에서도 강력한 세출 구조조정을 담은 내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을 확정해 각 부처에 내려보냈다. 이와 함께 37개 출자공기업의 과도한 사내유보금 적립을 막고 정부배당을 늘리겠다는 조치도 세수확보를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관세청 역시 고위험 업종과 품목에 대한 관세조사를 확대하고 FTA 원산지 조작 단속도 강화하는 등 세입예산 확보에 총력을 쏟기로 했다. 백운찬 관세청장은 "총 국세수입의 1/3 책임지는 기관으로 올해에도 세입예산 68조1000억원을 차질없이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 올해 세수결손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홍기용 인천대 세무학과 교수는 "정부에서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해 부족한 세수를 채운다고는 하지만 세수로 연결되기는 쉽지 않다"며 "현재로서는 세수여건이 넉넉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이어 "결국은 경제상황이 좋아지느냐에 따라 세수실적이 좌우 된다"며 "정부에서도 연초부터 경제에 미치지 않은 수준에서 조세행정을 추진하겠다고 한만큼, 투자나 소비가 살아나 부가가치세에서 세수실적 비중이 늘어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