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신용등급 부정적→안정적으로 상향
당기순이익 3분의 1 토막 부진한 실적 불구
업계 "회사채발행 금리 낮추려 무리한 조정"
포스코건설이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로 부터 신용등급을 상향조정 받은 것에 대해 건설업계와 금융시장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포스코건설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도의 3분의 1 수준으로 곤두박질쳤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신용등급은 상향조정되었기 때문이다. 부채비율과 영업이익이 좋아지긴 했지만 막상 금융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차입금은 별로 줄어 든 것이 없어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주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로 부터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부정적(Negative)에서 안정적(stable)으로 상향 조정받았다고 발표했다. 부채비율과 영업현금흐름 등 재무지표가 크게 개선돼 무디스가 긍정적으로 평가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회사의 재무상태도 경영실적도 좋아 진 부분이 없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포스코건설이 평소 보유하고 있던 현금잔고가 7000억원수준이었는데 재작년부터 4000억원 수준으로 급감해 오히려 경영위험이 커진 것 아니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 영업이익 꼼수로 늘려...당기순이익은 71.5% 감소
포스코건설이 무디스로 부터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고 주장하는 영업이익의 경우 2013년 4044억원으로 2012년 보다 13.7% 증가했다. 건설업계의 전반적인 침체를 감안한다면 양호한 편이다.
그러나 재무전문가들은 영업이익은 기업의 이익을 계산하는 중간단계일뿐 실제 경영성과는 당기순이익으로 표시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987억원으로 전년도 3461억원의 3분의 1도 안되는 수준으로 급락해 경영성과가 좋아졌다고 볼 수 없다는 평가다.
포스코건설 최근 3년 영업실적
자료 : 포스코건설 사업보고서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크게 차이 나는 이유는 "미착공 프로젝트에 대한 손실과 기타 금융비용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건설업계 관계자는 미착공 프로젝트는 건설회사의 주된 영업활동이기 때문에 영업비용에 포함시켜야 하는데 영업외 비용으로 계상한 것은 의문이라는 시각이다. 영업이익을 부풀리기 위해 영업외 비용으로 회계처리한 꼼수를 부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 부채비율 낮아져도 차입금 감소는 미미
부채비율이 개선됐다고 하는 주장하는 부분도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재무제표상 부채규모가 줄어 들긴 했다. 하지만 비용이 발생하는 차입금은 별로 줄지 않고 대부분 선수금과 외상매입금 등의 감소로 인해 부채규모가 줄어 든 것이어서 신용도가 개선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작년 부채가 3조8851억원으로 전년보다 1조1220억원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줄어든 부채 가운데 차입금은 고작 2005억원 감소하는데 그쳤다.
반면, 선수금이 7924억원, 외상매입금이 5202억원 줄어들어 감소한 부채의 대부분은 비용발생이 없는 매입채무가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자산으로 갖고 있던 미청구공사와 매출채권도 8274억원이 줄어들어 결국 매출채권과 매입채무가 상계된 꼴이 돼 재무건전성이 좋아졌다고 평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결국 회사전체 자산도 1조원이 넘게 줄어 들었다.
회계전문가는 "성격이 비슷한 매출채권과 매입채무가 줄어 들면서 자산과 부채도 동시에 줄어 든 반면 자기자본은 거의 변동이 없어 단순히 계산상 부채비율이 낮아 졌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재무위험도를 나타내는 주요 지표인 차입금의 감소는 별로 없어 재무건전성이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포스코건설 부채구성 및 부채비율 변화 (조원)
* 선수금은 매입채무 포함 자료 : 포스코건설 사업보고서
■ 회사채금리, 현대건설 3.77% vs 포스코건설 4.2%
업계에서는 포스코건설이 영업실적도 재무구조도 좋아진 게 없는데 신용등급이 상향조정 된 것과 관련해 얼마전 포스코건설이 회사채를 발행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전문가는 국내 건설사 중 AA- 등급을 갖고 있는 회사는 현대건설,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등 3개 회사인데 포스코건설의 회사채 발행금리가 타회사에 비해 높아 금리를 낮추기 위해 나름의 대책을 강구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 3월 포스코건설이 발행한 회사채의 발행금리는 4.207%로 같은 등급을 갖고 있는 현대건설의 3.777%에 비해 0.43% 포인트나 차이가 났다. 발행시장에서의 이런 차이는 유통시장에서 1.0% 포인트 이상 격차가 벌어지기 때문에 포스코건설로서는 금리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게 업계의 관측이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신용등급 상향조정과 관련해 "직접적 연관은 없으나 조달 금리를 낮추는데 긍정적 효과가 있을 듯"하다고 등급 조정에 따른 조달 금리 축소를 기대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포스코건설이 매출의 60%를 포스코 등 계열사에 의존하고 있으나 최근 철강경기의 하락으로 계열사 지원이 축소되고 있는 점과 메가에셋, 포스코엔지니어링 등 계열사의 증자로 자금부담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이번 신용등급 상향 조정은 무리였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무디스 외에도 S&P의 신용등급을 갖고 있는데 S&P는 포스코건설의 신용등급을 BBB- 에 전망은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포스코건설은 회계처리시 선제적 손실을 반영하고 있어 대형 건설사들의 실적 쇼크에서 자유롭다"며 "우리나라 건설회사 중 가장 보수적이고 투명한 회계처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