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감사를 하는 회계사들에게 겨울은 인고의 계절이다.
매일 밤 늦게까지 야근하고 대부분의 주말에도 출근한다. 회계감사는 다양한 거래의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복잡한 회계기준에 따라 적절하게 회계처리를 했는지 확인하는 것이므로 충분한 시간과 집중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업무 강도가 높고 육체적으로 피곤하지만, 정확한 감사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회계사들의 노력은 실로 눈물겹다.
한국 회계사들만 힘든 겨울을 보내는 건 아니다. 미국의 감사인들도 겨울은 힘들어 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겨울이 되면 평일에 2시간 초과근무하고 한 달에 한두 번 주말에 출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정도를 어렵다고 하니 우리의 경우는 가히 살인적이라 할 만 하다. 이런 차이는 왜 발생할까?
가장 큰 이유는 비상장회사들의 감사시기이다. 상장회사는 한국과 미국 모두 3월이면 감사가 종결돼야 하지만 비상장회사의 경우 한국은 3월에 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비해 미국은 6월말 또는 9월말까지 감사보고서를 요구하는 기업이 많다.
우리나라에서 비상장기업이 감사보고서를 3월말까지 제출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감사보고서는 주주총회 8일전까지 제출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주주총회를 3월말까지 개최해야 한다는 법률이나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다만, 법인세 신고기한이 3월말까지 이기 때문에 기업들은 3월말까지 법인세 신고를 하기 위해 결산을 마감하고 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
선진국의 경우에도 대부분 3월까지 법인세를 추계해서 납부해야 한다. 다만, 법인세 확정신고는 6월말 또는 9월말까지 연장할 수 있고, 충분한 기간 동안 정확한 법인세 산정을 위한 작업을 수행하고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6월이나 9월에 법인세 확정신고 시 산출한 세액이 3월에 수행한 법인세 추계 납부액을 초과하면 이 초과부분은 해당 기간의 법정이자를 더해 납부하면 된다.
기업이 자체 결산에 근거해 3월말까지 법인세를 추계 납부하고 이후 확정하여 변동 금액에 대해 법정이자를 포함하여 추가 납부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정부의 조세 징수 시기나 금액 또는 타 조세와의 형평성이 문제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런 제도변경은 결산 및 세무신고 업무에 대한 충분한 인원을 갖추지 못한 비상장회사에게는 매우 큰 혜택이 될 수 있다.
정기 세무조사 때마다 세금추징을 받지 않는 기업이 거의 없을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기업으로 하여금 충분한 세무조정을 실시해 오류에 의한 세무신고를 최소화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현 제도에 의하면 중소기업이 결산하고 난 후 세무조정에 투입할 수 있는 시간은 한 달이 채 되지 않는데 이 기간을 6월말까지로 연장하면 이러한 오류도 상당히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회계감사의 3월 집중문제에 대한 고민은 회계감사 하나만의 분리된 문제가 아니다.
이는 모든 기업이 3월안에 결산 하고, 재무제표도 만들고, 감사도 받고, 세무신고도 해야 하는 업무의 과도한 집중이 문제다.
이 모든 것을 제대로 하려면 충분한 인적자원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비상장회사에게는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
국내 조세정책에 문제가 되지 않고 미국이나 유럽에서 도입한 제도라면 우리라고 거부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 회계 투명성을 높이고 성실 납세를 유도할 수 있는 제도변경이고 규제완화란 이런 것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