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세법은 공익목적의 사업을 영위하는 단체가 고유의 사업목적을 위해 일시적으로 공급하거나 실비 또는 무상으로 공급하는 재화 및 용역에 대해 부가가치세(이하 부가세)를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고유목적사업이라도 세제혜택이라는 '특권'을 아무나에게 줄 수는 없는 일. 세법은 종교·자선·학술·구호·사회복지·교육·문화·예술 등 공익단체로 그 범위를 한정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수익이 사업의 고유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 세제혜택은 모두 '물거품'이 됩니다.
지난해 12월 한국약학교육협의회가 과세관청으로부터 십 수억에 달하는 부가가치세를 추징조치 받은 사실이 알려져 이목을 집중시킨바 있습니다. 한국약학교육협의회가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PEET)을 시행하고 받은 응시료에 대해 과세관청이 철퇴를 가한 것이죠.
약학교육협의회는 과세과청의 세금부과 이후, 대학수학능력시험과 PEET 시험과의 조세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심판원에 불복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과연 그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지금부터 사실관계와 양측이 제시한 주장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약학교육협의회, "응시료에 무슨 세금?" = 최근 고용 불안정성 등으로 약대나 의전, 치전, 로스쿨 등의 전문대학원 진학을 희망하는 이들이 부쩍 늘고 있죠. PEET 시험의 경우에는 응시인원이 2011년 1만47명에서 2012년 1만2194명, 2013년 1만3142명, 올해 1만4330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해마다 차이가 있지만 올해 완료된 2014년 PEET 시험의 응시료는 24만원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PEET 시험을 주관한 한국약학교육협의회는 이 같은 응시료를 받고도 부가세 신고시 그 공급가액을 과세표준에 산입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를 지켜본 과세관청은 약학교육협의회에 문제를 제기하며 부가세를 부과했죠.
과세관청의 세금부과에 억울함을 참지 못한 약학교육협회는 이에 불복, 조세심판원의 문을 두드리게 됩니다.
□ "대학입학시험과 같다" vs "고유목적사업 아니다" = 약학교육협의회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대해 부가세를 과세하지 않는 것과 같이 PEET 시험도 부가세를 과세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약학교육협의회는 "전국의 약학대학이 공동으로 PEET 시험을 시행하기 위해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의 허가를 받아 설립한 공익법인"이라고 자기소개를 한 뒤 "PEET 시험은 일반 대학이 실시한 대학입학시험이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실시한 대학수학능력시험과 실질이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학입학시험이나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대해 부가세를 과세하지 아니하는 것과 같이 PEET 시험에 대해서도 부가세를 과세하지 않는 것이 실질과세·공평과세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약학교육협의회가 PEET 시험을 실시하고 영업이익을 얻은 것은 사실이나, 이는 적정 응시료를 책정해나가는 과정에서 얻게 된 것으로 최종적으로는 응시료가 실비수준으로 조정이 될 것이며, 이익이 나더라도 결국 고유목적사업준비금으로 적립되어 각 대학에 배분되거나 약학대학 발전을 위해 공동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약학교육협의회는 끝으로 "과도기에 일시적으로 이익을 얻게 됐다 해서 PEET 시험 시행용역을 공익법인이 고유목적사업을 위해 일시적으로 공급하거나 실비로 공급하는 용역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보아 부가세를 과세함은 부당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과세관청은 약학교육협의회의 의견에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과세관청은 우선 약학교육협회는 부가세가 면제되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지방자치단체조합이 아니므로 용역의 내용에 따라 부가세 면제대상인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약학교육협의회는 면세인 교육용역 공급에 필수적으로 부수해 시험용역을 제공한 것도 아니고, 매년 정기적으로 PEET 시험을 실시하고 실비를 초과하는 수수료를 수취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과세관청은 이어 "이번 사건은 공익단체가 고유목적사업을 위해 일시적이거나 실비로 용역을 제공한 것도 아니므로 약학교육협의회가 제공한 시험용역은 부가세가 면제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못 박았습니다.
□ 심판원 "약학교육협의회, 많게는 34%까지 수익 얻어" = 사실관계를 살핀 심판원은 "공익단체가 고유목적사업을 위해 제공한 일시적 또는 실비 또는 무상 용역으로서 부가세 면제대상인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심판원은 "약학교육협의회가 제공한 시험용역은 지식·기술 등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므로 부가세가 면제되는 교육용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대학이 교육용역을 제공하면서 그 교육대상 입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직접 실시하는 대학입학시험과 달리 약학교육협의회는 부가세가 면제되는 교육용역을 제공하면서 필수적으로 부수해 제공한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심판원은 또 "약학교육협의회가 매년 PEET 시험을 실시하면서 12.2%~34.1%의 수익을 얻은 것에 비춰볼 때 약학교육협회가 일시적이거나 실비 또는 무상으로 용역을 제공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참고심판례 : 조심2013서4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