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행수입 통관인증제' 적용대상↑, 수입품 가격 싸지나

정부가 '병행수입물품 통관인증제' 대상상표·품목 및 인증업체 수를 늘리기로 했다. 이는 품목·상표수가 제한적이고, 인증업체 자격제한도 지나치게 엄격해 당초 제도 당시 노렸던 기대효과를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늘어나는 '해외직구족'을 위한 통관체계도 간소화한다. 목록통관 대상을 현행 6개 품목에서 전 소비재로 확대하고, 일부 업체를 대상으로 했던 특별통관업체 지정을 폐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9일 경제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독과점적 소비재 수입 개선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 "병행수입물품 통관인증체계 대폭 손질한다" = 정부에 따르면 통관인증제는 정부인증에 대한 소비자 신뢰로 병행수입 확대에 기여하고 있지만, 품목·상표수가 제한적이고 인증업체 자격제한도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독점 수입업자의 불공정거래, 복잡한 수입절차 등으로 중소·영세업체의 시장진입의 어려움이 존재했다.

정부는 먼저 병행수입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병행수입물품 통관인증제 적용대상을 늘리기로 했다. '병행수입물품 통관인증제'란 위조상품 적발 등 관세법을 어기지 않은 성실업체가 들여오는 병행수입품에 대해 정식 통관물품임을 인증하는 통관표지를 붙여 팔도록 하는 제도다.

구체적으로 통관표지(QR코드) 발행을 소비자 관심이 높은 상표 위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의류·신발 등 235개 상표에서 내년부터 자동차부품, 소형가전, 화장품, 자전거, 캠핑용품 등 350여개 상표로 늘어날 전망이다.

또한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는 통관인증업체 선정기준을 완화한다. 현재까지는 병행수입물품 통관실적이 최근 2년내, 매년 1회 이상이 대상이었지만, 앞으로는 최초 병행수입 후 6개월이 지나면 선정기준 대상으로 포함된다.

정부는 유통단계에서의 신뢰성도 높인다는 방침이다.

관세청이 주기적으로 통관인증 업체 심사 및 물품검수를 실시해 위조상품을 취급한 업체의 경우 인증업체 지정을 취소하기로 했다. 다만 위조상품 식별에 따른 민간 주도의 자율검증체계도 함께 구축하기로 했다. 수입·유통시 병행수입업체가 자체적으로 진정성 여부를 구분해 걸러낼 수 있도록 민간 판정전문가를 육성해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병행수입과 관련한 중소·영세업체의 참여 기반을 늘리기 위해 독점 수입업자가 병행수입을 부당하게 저해하는 불공정행위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법 위반사항이 적발될 경우 엄중하게 제제를 가하기로 했다.

또한 영세업체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통관담보금을 과세가격의 60%에서 40%로 낮춘다.

현행 독점수입권자가 위조상품 의심 등 이유로 세관에 물품의 통관보류를 요청할 경우 병행수입업체는 담보금을 내고 보류 해제를 요청할 수 있다. 현재 일반기업은 과세가격의 120% 수준의 통관담보금을 내고, 중소기업은 60%다.

□ "해외직구족 통관절차 수월해진다" = '해외직구족'을 위한 수입신고 간소화 대상도 확대된다. 이에 소액(100달러 이하) 해외 직접구매 품목에 대해 통관절차를 간소화, 목록통관 대상을 현행 6개 품목에서 전 소비재로 늘리기로 했다. 다만 식·의약품 등 일부품목은 제외시켰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전체 전자상거래의 34% 수준인 목록통관제 대상이 50%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목록통관제 확대 시행으로 통관기간이 최대 3일에서 평일로 단축되고, 관세사 수수료 면제(약 4000원) 등 소비자 혜택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일부 업체를 대상으로 했던 특별통관업체 지정을 폐지하고 세관장에게 신고하면 누구나 목록통관을 적용받도록 했다.

해외 직접구매 급증에 따른 소비자의 피해도 줄인다는 방침이다.

우선 한국소비자원을 통해 '해외직구 이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홍보하기로 했으며, 소비자상담센터의 소비자 피해 모니터링도 강화한다. 여기에 해외구매 대행 위법 카페·블로그에 대한 포털사이트의 자체적 제재방안 마련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해외 직접구매 물품을 반품할 경우, 관세 환급절차도 간소화시켰다. 인터넷 통관포탈을 통해 일반인도 손쉽게 관세환급을 받을 수 있도록 했으며, 구매·배송대행업체 홈페이지에 예상 세액조회시스템을 연계해 구매단계에서 정보제공의 폭을 넓혔다.

한편 정부 관계자는 "병행수입·해외직구 등 대안적 수입경로를 활성화해 전체 소비재 수입액 대비 2017년 10% 수준까지 확대(2013년 5% 수준)될 것"이라며 "이와 함께 10~20% 내외의 수입 소비재 가격 인하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달부터 소관부처별로 법령·고시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