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 일가의 변칙적인 상속을 막겠다는 취지로 도입한 일감몰아주기 과세가 실제로는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실시한 결과 중소·중견기업이 납부세액의 60%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이 제도 실시로 중견기업들이 기업분할을 통한 생산성향상과 기업전문화를 추진하는데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일감몰아주기 과세제도는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조세법상의 과세로 뒷받침하기 위한 방안으로 2011년 말 도입돼 시행 1년만에 재계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또한 일감몰아주기 과세의 목적이 대기업 길들이기의 일환이든 편법적인 부의 대물림을 막기 위한 수단이든지 간에, 실제 증여세를 신고·납부하는 과정에서 비현실적인 조항이 많아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 기업들의 의견이다.
지난해 7월 처음으로 신고·납부된 일감몰아주기 과세 제도.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총 1만324명이 증여세 1859억원을 자진 신고했다. 1인당 1800만원을 납부한 셈이다.
과세대상과 신고액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대기업이 177개(154명) 801억원, 일반법인 1507개(2332명) 776억원, 중소기업법인 4405개(7838명) 282억원 등이었다.
기업규모별로 살펴보면 중소기업 오너의 납부세액이 282억 원, 중견기업 오너의 납부세액이 776억 원으로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오너가 전체 일감 몰아주기 과세의 약 60%를 부담했다.
일감몰아주기 과세 대상, 재벌기업은 고작 1.5%
당초 일감몰아주기 과세는 경제민주화 차원에서 대규모 기업집단의 변칙상속에 대해 과세한다는 목적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첫 신고결과 대상기업의 1.5%만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해당되고, 나머지 대다수는 중견·중소기업의 대주주에게 과세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에 대부분의 조세전문가들은 당초 예상과 다르게 대기업보다 오히려 중견·중소기업이 일감몰아주기 과세에 해당하는 내부거래가 많다는 것을 방증하는 결과라 설명하고 있다.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견·중소기업에도 효율성, 보안성 긴급성 등 여러 원인으로 내부거래가 많으며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라는 이유만으로 증여로 의제해 과세하는 것은 우리 기업 현실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아울러 올해 신고분부터는 중소·중견기업의 세부담 완화를 위해 일감몰아주기 과세요건이 완화됐다. 내부거래비율은 30%에서 50%로 주식보유비율은 3%에서 10%로 변경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비난 여론의 등쌀에 못이긴 졸속행정에 불과하다는 시선이 팽배한 상황이다.
중소기업만 완화?…"대기업에도 확대 필요"
매출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일감몰아주기 과세 문제점 조사에서 '업종별 특성 미반영'(42.3%)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 업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내부거래비율 규제가 수많은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내부거래비율은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 중 일감몰아주기 거래로 보지 않는 비율로, 지난해 상증세법 시행령에는 30%로 일률 규정돼 있었다.
하지만 시행 결과 '빈대(총수)잡으려다 초가삼간(기업) 태우는 격'이라는 비난 여론이 일자 세법 개정을 통해 중소·중견 기업의 내부거래비율은 50%로 상향조정됐다.
기업들은 단순히 기업 규모로 내부거래비율을 나누는 것 보다는 업종별 특성을 고려해 불가피하게 내부거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는 사안은 내부거래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제품·상품 수출은 과세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용역 수출은 과세대상에 포함시키는 점, 해외 소재 현지법인을 통하면 과세대상에서 제외되나 국내 소재 법인을 통과하면 과세대상이 되는 점도 문제 삼고 있다.
이밖에도 세후영업이익이 발생한 경우 증여의제이익에 대해서는 과세하면서 세후영업손실이 발생한 경우에는 이를 공제하는 조항이 없는점, 동일한 내부거래에 대해서도 자회사 간의 거래인지, 법인 내 사업부 간의 거래인지에 따라 지배주주의 세부담이 달라지는 점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편, 중소기업에 대해서만 일감몰아주기 과세의 세부담을 완화시킨 세법 개정을 문제 삼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정부의 개선 노력은 높게 평가할 만하지만 한계보유비율과 정상거래비율을 중소기업에 대해서만 완화하는 개정은 대기업에도 동일한 필요성이 인정되는 점을 감안할 때 적용 대상을 대기업에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