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계의 최대 관심사 단연 '규제완화'다. 박근혜 정부는 경제전반에 걸쳐 얽히고 설킨 규제를 개혁, 핵심 국정목표인 경제활성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정부 각 부처가 소관하고 있는 규제 건수는 무려 1만5000여건에 달한다.
모든 규제가 불필요한 규제에 속하지 않지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국민과 기업의 활동을 구속하는 '나쁜 규제'들이 상당히 많다.
규제의 의미를 넓게 해석하면 세법(稅法) 또한 규제다. 납세는 한 국가에 속한 국민의 신성한 의무이지만 국민의 재산권, 기업의 경영활동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측면을 고려할 때 규제로 분류할 수 있는 것이다.
일반 국민들도 그렇지만 기업들은 세금에 특히 민감하다.
이는 대한민국 세법의 복잡성이 일차적인 원인이다. 현행 세법은 각종 기업투자와 관련한 복잡한 조세지원 체계를 구축해놓고 있다. 정부는 경제상황에 따라 조세지원의 폭을 조절하지만 기본적으로 '세수(稅收)'를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의사결정 자체가 상당히 보수적으로 이루어진다.
기업들 입장에서 법정 법인세율 그대로 세금을 납부하는 경우 세부담이 높아지기 때문에 투자를 통해 비용을 발생시키고, 그 비용에 대한 조세지원을 바탕으로 실효세율을 떨어뜨린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투자의사 결정에 가장 핵심적인 고려사항은 세금혜택의 크기.
하지만 법인세율을 높이거나 기업 투자와 관련한 세제상 혜택을 줄인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다. 즉, 규제로 인식되는 것이다.
특히 경제활성화를 위해 기업의 투자를 권유하면서 한 편으로 법인세율 인상을 추진하거나 조세지원을 축소하는 정책노선을 타는 것은 기업을 ‘열 받게 만드는 일’이라는 것이다.
비단 투자와 관련한 부분만 규제로 인식되지 않는다. 현실적인 여건이 반영되지 않는 구닥다리 조세제도가 기업들의 속을 썩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외환위기 당시 만들어진 '재벌기업 특수관계사간 채무보증 법인세 규제'다.
이 제도의 입법취지는 재벌 기업들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기 위해 특수관계법인에 채무보증을 서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이후 야금야금 범위를 넓혀 일반 기업간 채무보증으로 인한 대위변제 손실에도 법인세를 부과하도록 제도가 개편됐고, 건설사들이 커다란 불똥을 맞은 것이다.
부동산 침체 장기화로 미분양이 속출하면서 PF대출에 보증을 서준 건설사들이 분양실패로 인해 발생한 빚을 떠안은 것도 모자라 세금까지 고스란히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PF대출과 관련해 건설사의 보증 없이는 돈줄을 풀지 않는 은행들의 관행으로 불가피하게 보증을 설 수밖에 없었는데 이로 인해 세금까지 떠안는 것은 가혹하다는 것이 건설사와 조세전문가들의 입장이다. 건설사들은 이 문제의 개선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해오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아무런 피드백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처음 시행된 '일감몰아주기 과세제도' 또한 기업을 옥죄는 세금규제로 꼽히고 있다.
일감몰아주기 과세제도는 재벌기업의 변칙 상속증여를 막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
하지만 정작 정부가 타게팅한 재벌기업은커녕, 중소.중견기업들이 대거 과세대상에 포함되면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오히려 정책적으로 키워야 할 중견기업들의 기업분할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기업전문화 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부랴부랴 세법을 고쳐 중소.중견기업들의 부담을 완화키로 했지만 '졸속행정'이라는 욕만 먹었다.
이밖에도 비현실적인 조항들이 제도 곳곳에 포진, 전반적인 제도 개선 필요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일감몰아주기 과세제도는 업종별 특성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단순히 기업 규모를 바탕으로 정상거래비율을 나누는 것보다 업종별 특성을 고려해 불가피하게 내부거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는 사안에 대해서는 정상거래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관리시스템이 부실한 중소기업들도 과도한 세금규제로 고통받고 있다.
특히 전자세금계산서 발급과 관련한 가산세 부담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 조사결과 상당수 중소기업들이 전자세금계산서 지연발급, 단순누락에 대한 가산세 부담을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거래상 관행 및 인력부족 등 불가피한 사정이 많은데도 불구, 하루라도 늦게 발급할 경우 가산세 폭탄(지연발급시 가산세율-공급가액의 1%)을 맞는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