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격 및 보유주택수 따른 '차등감면' 유력
기재부 "부처간 이견 조율 중…9월 정기국회 제출할 것"
정부가 주택거래활성화와 지방재정 부담문제로 논란이 가중됐던 취득세 인하문제와 관련, 사실상 영구 인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방재정 문제를 고려해 일부 고가주택 및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세금감면 폭을 축소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2일 조선일보는 정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 지난 17일 경제부총리 주재 녹실회의에서 취득세 인하 문제와 관련해 소관부처인 안전행정부, 국토교통부가 세율인하로 방침을 정하고 세율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현 시점에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방안은 올해 6월까지 주어졌던 취득세 감면혜택 틀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현재 법정 취득세율은 거래가격 9억원 이하 2%, 초과 4%로 규정돼 있으나, 정부는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지난 6월까지 9억원 이하 1%(1주택자 한정, 다주택자 2%), 9~12억원 2%, 12억원 초과 3%의 인하된 세율을 각각 적용했다.
정부 내부적으로는 이 같은 3단계 취득세 감면 구조를 그대로 유지해, 지방세법을 손질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6월까지 적용된 3단계 감면방안을 기준으로 관계부처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통 취득세는 지방세로 분류돼 안전행정부가 주무부처이지만, 지난 5월 취득세 일시감면 혜택 종료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서승환 국토부 장관이 부동산 거래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취득세를 영구적으로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할 시점이라는 소신을 밝히면서부터 논란이 불거졌다.
하지만 지방 재정문제를 총괄하는 안행부는 서 장관의 발언에 즉각 해명자료를 내고 "취득세 인하 연장 등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취득세 인하논란은 정부 기관 사이 갈등양상까지 번지기도 했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은 이달 9일 "경제부총리가 직접 나서 조정해달라"고 요구했고, 현 부총리는 20년 만에 비공개 경제장관회의 성격인 '녹실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취득세율을 기존 2단계에서 3단계로 바꾸면서 세율을 소폭 인하하는 방안은 대체로 합의된 상황이지만 적용대상 문제 등을 놓고 여전히 이견을 나타내는 상황으로 관측된다.
기재부는 취득세 인하에 따른 과도한 세수결손을 우려, 올해 6월까지 적용됐던 방식처럼 일정금액 이하 주택(9억원 이하)에 대해선 1주택자와 다주택자에 차별을 두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국토부는 거래활성화 취지에 역행한다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안행부는 기재부의 입장을 존중하되 별도의 지자체 세수결손 보전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기재부는 지방소득세율 인상, 중앙 보조금 상향 조정 등의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처 간 취득세 감면문제를 놓고 이견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지방재정 문제 때문이다.
취득세 인하로 지난 1~6월 1조5000억원 이상의 세수결손이 발생했는데, 최근 경기침체로 세수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앙정부가 이를 제 때 보전하지 못하는 문제가 일부 지자체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세입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재부는 세수결손이 최소화되는 단계에서 양측의 입장을 조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처 간 최종 합의된 취득세 감면방안은 조만간 확정·발표될 예정이며 이 내용은 오는 9월 정기국회 지방세법 개정안으로 정식 제출될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부처 간 세율, 혜택대상 등 세부적인 내용에 이견이 있어서 여전히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최종 합의된 안은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안행부 소관 지방세법 개정안으로 공식 제출돼 국회 심의를 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정부의 합의안이 국회심사를 원안대로 통과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특히 취득세 영구인하 방안은 매년 2~3조원 이상의 세수결손이 예상되기 때문에 이를 보전할 별도의 재원대책이 확보되지 않는 이상 정치권의 합의를 이끌어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