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가재원 확보를 위해 연간 30조원을 넘나드는 광범위한 비과세·감면제도의 대대적 정비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인 근로소득자 비과세·감면제도인 신용카드 소득공제 존폐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와 상당수 조세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세원투명성' 확보라는 정책적 목적이 달성된 만큼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일몰(2014년 말)과 함께 폐지하거나,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 제도를 둘러싼 정부와 조세전문가들의 입장과는 달리, 일반 국민들의 반발은 상당하다. 이 제도를 통해 근로소득자들이 세부담을 덜어내고 있기 때문. 이 때문에 정부의 의지와는 달리 정치적 결정이 가미되면서 도입 이후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당장 올해 일몰이 예정되어 있지 않다는 측면에서 제도 폐지 또는 축소 논의는 내년 이후 본격화될 전망. 하지만 최근 정부가 제도와 관련한 방향성을 직·간접적으로 언급하면서 벌써부터 치열한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김재진 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15일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 가진 인터뷰에서 "목적을 달성하고 일몰이 도래하면 폐지시킨다는 것이 원칙 아니냐"라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용카드를 쓰고 있기 때문에 목적은 달성했다"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국민들이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를 반대하지만 길게 봤을 땐 신용카드 수수료가 물가상승률에 반영돼 소비자가 결국 추가적으로 부담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이를 잘 이해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갑순 동국대 교수는 "데이터를 정확하게 뽑아서 '이 정도 수준에 올랐으니 이제 폐지하는 것이 맞다'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잘 설명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어느 정도 소득 수준이 되는 사람이 누리게 되는 세제혜택이라는 점도 부각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성훈 한림대 교수는 "사실상 신용카드 공제는 이미 생명을 다했다. 다만 근로자들의 허탈감이라든지, 당장 없어지면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의료비 공제라든지, 다자녀 공제 등 다른 쪽으로 혜택을 줘 소득공제 혜택이 없어질 경우의 박탈감을 해소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Q.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애초 지하경제 양성화와 신용카드 활성화 등을 위해 도입돼 일부에서는 이미 정책적 목적을 달성해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 입장은 어떠한가. 폐지를 한다면, 국민적 저항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김재진 조세연구원 연구위원 =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애초 신용카드 사용활성화를 위해 한시적으로 도입된 것이다. 지금 신용카드가 어느 정도 생활화됐을 뿐더러, 복지재원 마련 차원에서 세수부족 하니까 폐지를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목적을 달성하고 일몰이 도래하면 폐지시킨다는 것이 원칙 아닌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용카드를 쓰고 있기 때문에 목적 달성은 한 것으로 본다.
직불카드와 체크카드는 당분간 공제대상으로 한다면 소비자들이 이를 사용할 것이다.
이것으로 신용불량자 문제도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를 반대하지만 길게 봤을 땐 신용카드 수수료가 물가상승률에 반영돼 소비자가 결국 추가적으로 부담하는 경우가 생긴다. 신용카드 공제로 큰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직접적으로 어느 정도 혜택은 받겠지만 간접적으로 추가 부담한 비용까지 생각해야 한다.
김갑순 동국대 교수 = 신용카드를 사용한다고 세금을 깎아 줄 이유는 없다. 당초 자영업자 소득을 파악하기 위해 도입됐는데 목적을 달성했으니 없애도 된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문화가 이미 정착됐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 여부를 떠나 자영업자들이 카드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세제혜택을 굳이 안 줘도 나중에 결제하는 장점이 있으니 분명히 이익이다.
더 이상 신용카드 공제를 유지할 명분이나 상황이 기본적으로 없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특수 전문직이다. 성형외과·피부과 등 의료직과 세무사·법무사·변호사 등은 카드를 기본적으로 받지 않으려고 할 뿐더러 카드결제와 현금결제의 차이가 크게 난다. 소비자가 현금을 택할 수밖에 없는 이런 곳은 소득공제를 잡을 수 없기 때문에 특별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이는 정서적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데이터를 정확하게 뽑아서 '이 정도 수준에 올랐으니 이제 폐지하는 것이 맞다'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잘 설명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어느 정도 소득 수준이 되는 사람이 누리게 되는 세제혜택이라는 점도 부각시켜야 한다.
아울러 신용카드 공제 제도를 전부 없애는 것보다 서민의 발이 돼주고 에너지 절약과 환경보호차원에서도 도움이 되는 대중교통이나 경기침체로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문화·예술 분야는 신용카드를 통한 세제혜택이 남아있을 필요가 있다 생각한다.
문성훈 한림대 교수 = 신용카드 소득 공제가 당초 취지와는 다르게 복잡하게 됐다. 신용카드 사용금액 소득금액 중 전통시장 사용금액에 대해서도 혜택을 주고 있지만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소득공제가 일반근로자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있지만 소득공제 한도가 축소됐다.
또한 신용카드가 빚을 져서 물건을 사는 이른바 '소비 형태'를 왜곡시키는 경향이 있다.
신용카드는 소득공제에 대한 실효성도 줄어들었고, 과소비를 조장하는 부분이 있다.당초 제도도입 취지는 달성이 됐고, 근로자에 대한 혜택도 피부로 체감하기 힘들기에 폐지를 해야 한다신용카드 소득공제가 근로자들에게 큰 혜택을 주지 않더라도 막상 폐지가 된다면 그 저항이 만만치 않다. 때문에 다른 혜택을 주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사실상 신용카드 공제는 이미 생명을 다했다.
다만 근로자들의 허탈감이라든지, 당장 없어지면 부담이 있을 수 있다. 의료비 공제라든지, 다자녀 공제 등 다른 쪽으로 혜택을 줘서 소득공제 혜택이 없어질 경우의 박탈감을 해소시켜야 한다. 다만 점진적으로 폐지는 안 되며, 폐지를 할 거면 바로 해야 한다.
다른 세제혜택을 주는 것이 낫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