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삼길 前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 조세소송 '승소'
법원, "조세포탈 목적 명의신탁 단정할 수 없다"
과거 종로구 일대에 밀집한 금지금 도매시장에서 '대부(代父)'로 군림했던 신삼길 前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이 58억원의 세금을 둘러싼 조세소송 1심에서 승소판결을 받아냈다. 현재 신 前회장은 불법대출 혐의 등으로 기소, 재판을 받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경란 부장판사)는 최근 신 前회장이 종로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가가치세 등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고 5일 밝혔다.
행정법원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2002년 신 前회장 소유의 금지금 수출입업체 A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 이 회사가 62개 군소 금지금 취급 업체로부터 금괴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실물 없는 가공거래를 통해 세금을 포탈한 사실을 확인하고 법인세 등을 추징했다.
하지만 이 회사가 세무조사 후 폐업한 뒤 국세청이 정한 납부기한세금이 5년 이상 경과할 때까지 세금을 내지 않자, 과점주주인 신 前회장을 제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 그가 보유한 지분 만큼 회사가 체납한 세금을 대신 내도록 통보했다.
이에 신 前회장 측은 1차 납세의무자인 A회사의 체납세금을 부과제척기간(5년)이 만료된 뒤 뒤늦게 2차 납세의무자에게 부과한 것은 무효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의 쟁점은 국세청이 신 前회장에게 제2차 납세의무를 부여한 시점이 언제인지 여부.
특히 국세청은 A회사에 부과한 세금 납부기한(2005년 7월경)이 한참 지난 2010년 8월에야 신 前회장이라는 사실을 인지, 이를 기점(기산일)으로 부과제척기간을 계산하면 과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 과정에서 국세청은 신 前회장이 주식 명의신탁 등을 통해 자신이 과점주주라는 사실을 숨기는 등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세금납부를 회피했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켜 A회사와 신 前회장에게 공통적으로 10년 또는 7년의 제척기간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제2차 납세의무는 2차 납세의무자가 누구인지 과세당국이 인지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1차 납세의무자가 체납한 즉시 성립되는 것"이라며 "국세청이 2차 납세의무자가 누구인지 알게 된 시점을 부과제척기간 기산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국세청의 주장처럼 부과제척기간 기산일을 과세당국이 2차 납세의무자를 파악한 시점으로 볼 경우,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는 부과제척기간 제도 본질과 입법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신 前회장이 주식을 명의신탁한 목적이 2차 납세의무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 해도 명의신탁 행위를 조세포탈 목적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국세청의 과세논리는 적법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