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신한, 농협, SC 등 줄줄이 세무조사…조사인력·기간↑
최근 주요 시중 은행을 대상으로 한 국세청의 고강도 세무조사가 이어지고 있다.
대체로 정기세무조사 성격이 강하지만 투입되는 조사인력이나 예정된 조사기간 등을 고려할 때 예년 수준의 단순 조사로 치부하기 어렵다는 말들이 팽배한 상황이다.
5일 금융권 관계자 등에 따르면 현재 국민은행, SC은행, 신한은행, 농협중앙회 등 주요 국내은행들이 국세청으로부터 고강도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을 전후로 가장 먼저 세무조사를 받게 된 곳은 SC은행과 KB국민은행이다. SC은행은 지난 2월22일, 국민은행은 지난 2월25일부터 조사가 시작됐다.
또한 농협중앙회는 지난 5월27일부터, 신한은행은 가장 최근인 지난 달 27일부터 국세청 세무조사가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은행권 세무조사는 주로 대기업 정기세무조사를 관장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 주도하에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부분은 이들 금융권 세무조사가 제조업 등 다른 업종보다 상당히 길고, 투입된 조사요원들도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이다.
실제로 농협의 경우 오는 10월까지 5개월 이상 조사 일정이 잡혀있고 이외 다른 은행들도 조사기간이 4~5개월로 일반 정기조사 기간보다 상대적으로 길다.
특히 조사인력 경우, SC은행을 제외한 모든 은행에 일반적인 정기조사의 2배 인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은행권 세무조사는 1개 반이 투입돼 2~3개월 정도 진행됐는데, 최근 조사흐름이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국세청이 이번 고강도 세무조사를 통해 은행권의 원천징수 고의누락 여부 등을 집중점검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라응찬 전 회장의 차명계좌 설립의혹을 받고 있는 신한은행의 경우, 이와 연계된 이자소득세, 증여세 과세 여부 등이 세무조사를 통해 집중 조명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일각에선 국세청이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한 배경이 정권 초반 회장진 교체 시점을 맞은 '길들이기' 차원이라는 분석과 함께 은행권이 그동안 국세청의 세무조사에 따른 과세이후 상당 부분 불복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후속조치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례로 국민, 우리, 외환은행 등은 지난 2008년 교육세법 개정에 따른 교육세 환급경정청구를 제기, 국세청과 1500억원대 대규모 소송전을 벌여 승소-패소 각축전을 벌인 '악연(惡緣)'이 있고 이외에도 수백억 상당의 조세불복이 이어졌다.
이에 국세청이 과세 전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최대한의 증빙자료를 확보, 향후 불복소송이 제기될 소지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이 같이 상당한 시간과 인력을 투입한 고강도 세무조사를 벌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은행권 인사들은 이번 국세청 세무조사가 지난 2008~9년 이후 4~5년 만에 돌아온 정기조사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어느 때보다 높은 조사강도에 곤혹스런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최근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인데 정신이 하나도 없다"며 예상보다 훨씬 높은 조사강도에 혀를 내둘렀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2개 조사반이 다른 영역을 두루 살핀다기보다 같은 부분을 경쟁적으로 조사하고 있어 강도가 상당히 높다는 말들이 있다"며 "최근 은행업종 상황이 좋지 못해 추가로 나올 추징액이 크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