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조세 > 관세

국민은 모르는 인천공항 '24시간 통관'의 불편한 진실

  • 보도 : 2013.07.03 08:45
  • 수정 : 2013.07.03 08:45

 

인천공항

◆…수출입 화물이 드나드는 인천공항의 화물청사. 각 항공사와 업체별로 화물을 보관해 놓는 곳이다.  

해외여행을 할 때면 누구나 거쳐가는 인천국제공항. 전 세계 어느 공항에도 없는 24시간 통관체제로 돌아가는 이 공항을 운영하기 위해 연간 수십억원의 혈세가 투입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국민들은 몇 명이나 될까.

세계 공항서비스 평가 8년 연속 1위를 기록한 인천국제공항의 가장 큰 자랑거리인 24시간 통관 덕분에 연간 3200만명의 여행자들은 새벽녘 공항에 도착해도 막힘 없이 입국할 수 있으며 수출입 기업들 또한 새벽에 도착한 화물을 빠르게 운송할 수 있다. 

이처럼 여행자와 기업들 모두에게 편리한 24시간 통관체제이지만 이 체제를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과 그 효과에 대해선 비교적 관심이 적은 편이다. 국민들은 고사하고 정부조차 이 체제 운영에 소용되는 비용과 효과에 대한 데이터 분석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 인천공항, 왜 24시간 통관하나 = 전국에 있는 46개 세관 중 상시 24시간 통관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세관은 인천공항본부세관 뿐이다. 선박이 자주 드나드는 부산본부세관 등도 야간 통관을 하긴 하지만 인천공항세관의 24시간 통관과는 시스템이 다르다.

인천공항세관이 24시간 내내 문이 열려있는 통관체제라면 타 세관들은 일정금액의 '임시개청 수수료'를 받고 주간에 미리 신청을 받아 야간 통관을 해주고 있다.

인천공항세관이 24시간 통관체제를 운영하는 기본적인 이유는 야간에 들어오는 화물이 다른 세관에 비해 비교적 많기 때문.

민주당 김현미 의원이 인천공항세관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5월 기간동안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 인천공항세관을 통해 들고난 수출금액과 건수는 6억3911만달러(4만9499건), 수입금액과 건수는 16억4979만달러(1만519건)였다.

지난해 1∼5월 동안 주야간 통틀어 이뤄진 수출금액 452억7682만달러, 수입금액 424억2787만달러와 비교해 보면 미미한 실적이지만 야간 통관이 거의 없는 다른 세관과 비교한다면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니다.

같은 기간 부산항이 있는 부산본부세관(김해·양산세관 포함)의 야간 통관실적을 살펴보면 수출금액과 건수는 1억2558만달러(1313건), 수입금액과 건수는 2억달러(525건)로 인천공항세관에 비해 금액은 최대 8배, 건수로는 약 3배 차이났다.

□ 야간통관, 혜택은 누구에게로? = 무역 활성화를 위해 2004년부터 인천공항세관이 시행한 야간 통관. 우리 수출입 기업들을 위해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가며 시행하는 제도이지만 따져볼 부분은 야간 통관의 90%가 수출입 대기업 혹은 그 하청업체라는 점에 있다.

관세청이 자료공개를 거부해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불가능하지만, 관세사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에서 야간통관하는 수출입 기업의 대부분은 대기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름만 들어도 아는 대기업들은 전체 수출입 기업 중에 일부이지만 90%의 기업들은 대기업의 하청업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쉽게 말해 대기업과 연관된 기업들이 대부분이란 얘기다.

한 관세사는 "중소기업은 물량이 적어 3일에 한번 꼴로 수출을 한다면, 대기업은 물량이 많아 새벽시간대에도 통관 물량이 많은 편"이라며 "중소기업이 10번 통관을 한다면 야간 통관은 1∼2번 정도이지만, 대기업은 10번 중 5∼6번이 야간 통관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올해 1~5월 동안 인천공항세관이 야간 통관을 시행하는데 드는 비용은 총 29억7400만원이었으며 이 중 인건비가 26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시설관리료는 1억6500만원, 통신료 6900만원, 수도료 4800만원, 전기료 4600만원 청소료와 전기시설사용료에 1000만원이 소요됐다.

연간 72억원의 예산이 야간 통관제도를 시행하는데 투입되고 있단 얘기다. 즉, 국가에서 혈세를 들여 운영하는 24시간 통관체제의 과실을 사실상 대기업들이 따먹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 대기업 쏠리는 야간 통관, 현실적인 대안은? = 관세청 일각에서는 굳이 24시간 통관체제를 가동해 사실상 국민 세금으로 대기업을 지원해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야간 통관을 아예 다 없애버리기는 곤란한 상황이다.

수출입 대기업은 여러 하청업체와 연관이 돼 있을 뿐더러,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당장 야간 통관을 없애버린다면 경제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관세사 업계에서는 야간 통관의 비용 절감을 위해 탄력적으로 운영할 여지는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물량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시간대가 있다는 점을 활용해 탄력적으로 운영하자는 것이다. 실제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통관 실적을 보면 물량이 집중되는 시간이 있다. 

올해 1∼5월 동안 오후 8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수출건수는 4만5454건이었으며 오후 11시부터 오전 2시까지는 1084건, 오전 2시∼5시는 942건, 오전 5시∼8시는 2019건이었다.

이를 일일로 환산해보면 오후 11시부터 오전 2시까지는 7.2건, 오전 2시∼5시는 6.2건이었다.

이 기간 중 오후 8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수입건수는 8049건이었으며 오후 11시부터 오전 2시까지는 화물통관이 단 한 건도 없었다. 반면 오전 2시∼5시는 97건이었으며 오전 5시∼8시는 2373건이었다.

한 관세사는 "야간 통관이 주간에 비해 물량이 많은 것도 아니라서 집하시간 등을 잘 조정한다면 운영비용 등을 줄일 여지가 있다"라며 "하지만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관세청에서 먼저 나설 수는 없을 것 같다. 일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관세청은 24시간 통관체제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관세청 관계자는 "인천공항이 세계적인 공항이 된 것은 여행자에 대한 서비스 때문만이 아니라 화물통관이 신속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라며 "인천공항은 항상 문이 열려있는 곳이라는 인식 때문에 무역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기사

  • 출생 :
  • 소속 :
  • 학력 :
  • DID :

상세프로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