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보조금 취득 자산의 감가상각비를 비용으로…진료보상금 622억 지급
보건복지부의 회계기준 미비로 흑자인 보훈병원의 재정이 적자로 둔갑해 진료보상금이 600억원 이상 과다 지급돼온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2일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보훈병원 관리 및 운영 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공공병원이 국고보조금으로 취득한 자산의 감가상각비는 실제 비용으로 볼 수 없는데도 이를 비용으로 계상하도록 규정돼 있다. 공기업·준정부기관 회계기준에서는 이 경우는 비용 처리되지 않도록 돼있다.
이에 따라 보훈병원은 지난 2006년부터 2011년까지 국고보조금으로 취득한 자산의 감가상각비 563억원을 비용으로 보아 실제 경영성과는 98억원 흑자인데도 결산상으로는 317억원 적자로 기록됐다.
심지어 국가보훈처에서는 이렇게 발생한 보훈병원의 적자 보전을 위해 보훈가산율 28%를 책정해 622억원의 진료보상금을 과다 지급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이에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의료기관 재무제표 세부 작성방법을 합리적으로 개정하고,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에게는 보훈병원의 실제 경영수지를 반영해 보훈가산율을 조정하도록 통보했다.
감사원은 이밖에도 보훈공단과 보훈병원이 연간 73억원에 달하는 보훈단체와의 구매·용역계약을 맺으면서 자격없는 일반업체에게 수의계약 혜택을 주는 등 관리에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국가계약법령에 따르면 보훈공단 등은 국가보훈처의 승인을 받은 대한민국상인군경회 등 보훈단체와의 수의계약이 가능하다.
그러나 부산보훈병원 등 4개 보훈병원에서 자격없는 일반업체 등과 연간 20억원의 장례식장 운영계약을 체결하는 등 보훈대상자의 고용창출과 자활을 도모하기 위한 제도의 취지에 배치되는 계약을 맺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은 국가보훈처장에게 보훈단체 수의계약 제도의 관리감독 방안을 마련할 것과 수의계약 조건을 갖춘 단체와 장례식장 운영 계약을 맺도록 관리지침을 개정할 것을 통보했다.
감사원은 또 보훈공단에서 500억원 상당의 의료장비를 구입하면서 구체적 심의기준도 없이 구매를 결정, 고령환자들에게 활용률이 낮은 광피부재생기(IPL) 등을 도입해 방만하게 재정을 운용했다고 지적했다.
광피부재생기는 미용시술을 위한 장비로 2012년 9월 까지 평균 장비활용률은 계획 대비 23~27%에 불과하고, 광주보훈병원은 2008년 이후 활용실적이 전무했다.
감사원은 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에게 수익성 의료장비 구매의 구체적 심의기준을 마련하고 인력구조 개선 등 경영효율화 방안을 마련할 것을 통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