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계약서, 탈세 그리고 진실

최근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의 부인과 안 후보 자신이 부동산 취득할 때 '다운계약서'를 작성, 취득·등록세를 탈세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세상이 시끄럽다.

'다운계약서'에 탈세, 이 문제는 그동안 장관후보자 등 고위공직 후보자들의 청문회 과정에서는 많이 거론되었지만 대통령후보자 차원에서는 처음 제기되는 문제가 아닌가 한다.

정치권의 정치공세나 세간의 관심을 넘어 어느 누구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대통령이기에 그 후보자에게 커다란 허물이 될 수 있고 국민들에게는 의혹이 될 수 있는 '다운계약서'에 의한 탈세 문제에 관하여 한번쯤 법적·제도적인 측면에서 제대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2006년은 우리나라 부동산에 관한 거래와 조세제도에 있어서 기념비적인 해이다. 사실 김영삼 정부가 1993년 금융실명제, 1995년 부동산실명제를 도입하여 실명에 의한 거래를 하도록 한 것은 널리 잘 알려져 있지만 2006년 노무현 정부에서 모든 부동산거래에 대하여 실지거래가액(실가)으로 신고하도록 하는 부동산 실가신고제를 도입한 사실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있지 않다.

노무현 정부는 2006년 종합부동산세의 신설을 골자로 하는 부동산의 보유세 개편을 하면서 거래에 있어서도 매매가액을 등기부에 직접 표시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실지계약서로 신고하지않는 경우에는 부동산중개인 등을 강력하게 처벌하도록 하는 등 가히 혁명적인 부동산 실가신고제를 시행하였다.

이 결과 부동산시장과 부동산세제에는 엄청난 변화와 후폭풍이 있었다. 당시 종합부동산세에 관한 사회적 논란의 지속으로 가려졌지만 오랫동안 제도와 관행으로 고착화된 시가표준에 의한 부동산거래․세무 신고제도가 일시에 실가신고제도로 바뀐 것은 엄청난 변화였다.

당시 부동산 거래는 1988년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으로 시행된 '검인계약서' 제도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 실가가 높든 낮든 시가표준에 맞춰 검인계약서를 작성하여 거래사실을 신고하고 이를 기준으로 취득·등록세를 신고·납부하는 시스템으로 이루어졌다.

관청에 신고하는 계약서라는 의미에서 '관인계약서'라고도 불리기도 했던 검인계약서는 탈세 등의 목적으로 실제 거래금액보다 거래금액을 줄여 작성한 계약서로 지금도 있을 수 있는 이른바 '다운계약서'나 '이중계약서'와는 성질이 다른 것.

당연히 부동산 신고 및 등기를 위해 필요한 검인계약서는 거래당시 매매당사자가 체결하는 실지거래계약서와는 별개로 이루어져 매매계약 이후 부동산 등기업무를 대행하던 법무사 등 등기대행자가 신고 및 등기 필요에 따라 시가표준에 맞춰 검인계약서를 따로 만들게 되었고 보통의 경우 매매당사자는 여기에 간여할 기회도, 필요도 없었다.

이런 제도와 관행이 가능했던 것은 실질과세원칙에 어긋난 조세제도를 두고 부동산거래신고 및 등기제도도 제대로 운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방세법은 처음 만들 때부터 지금껏 취득세 및 등록세의 과세표준의 틀을 '납세자가 신고한 금액·시가표준보다 적을 경우 시가표준액'으로 하고있다.

실가를 확인할 수 없었던 제도적 환경에서 '실지거래한 가액'이 아니라 '신고한 가액'을 인정하는 세법조문은 시가표준액 이상만 신고하면 문제없다는 시그널을 주었고 정부도 법인이 아닌 개인간 거래라면 아무리 객관적인 실가가 확인되어도 시가표준에 의한 가액으로 신고하고 세금을 납부하면 정당한 것으로 인정했다.

이렇게 실질과세원칙에 어긋난 시가표준이나 기준시가에 의한 세제를 유지한 것은 당시 실가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보니 지나치게 높거나 낮은 가액 모두를 인정하지 않고 부동산거래 및 세무신고에 있어 정부가 정한 지방세 시가표준액, 국세청 기준시가만 인정하는 제도를 두고 행정을 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때문에 세제전문가들은 실가를 과세기준으로 삼도록 세법을 하루속히 고쳐야한다고 주장했지만 세법개정없이 2006년 부동산 실가신고제가 도입되어서야 실가에 의한 취득·등록세 및 양도소득세의 세무신고가 비로소 가능해졌다.

그런데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신고와 등기를 위한 검인계약서의 작성은 물론 취득·등록세의 산정과 신고업무를 매매당사자가 아니라 대부분 법무사와 같은 등기대행자가 했다는 점이다.

2006년 실가신고제 도입으로 검인계약서의 작성은 사라졌지만 이들은 지금도 여전히 등록세 등 세무신고․납부업무를 하고있다.

세무전문가도 아닌 이들이 매매당사자의 취득·등록세 등 세금을 계산하고 신고·납부를 하는 것은 실정법 위반인 것은 물론 애매한 권한의 위임관계로 잘못된 세금계산이나 신고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이처럼 검인계약서, 즉 이른바 '다운계약서'와 관련된 논란은 엄밀히 말하면 탈세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부동산신고제도와 등기절차상의 문제요, 매매당사자의 문제가 아니라 검인계약서의 작성과 신고업무를 맡은 대행자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경제나 제도발전 과정에서 불완전한 제도였던 당시의 검인계약서 거래신고제도나 시가표준에 의한 과세제도에 따라 적정하게 부동산 거래신고 및 세무신고를 한 것을 놓고 '다운계약서'의 하나로 여겨 지금의 잣대로 부동산거래를 한 사람 몇몇 사람들을 거짓말쟁이로 비난하는 것은 온당치 않고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도 누군가 이것을 '탈세'라고 한다면 부동산을 거래한 적이 있는 대한민국 사람은 모두 다 탈세범이 될 수 밖에 없다.

태어나서 2005년까지 한번이라도 부동산을 취득한 사실이 있는 모든 사람들은 실가와 다른 시가표준액에 의한 검인계약서 제도때문에 '이중계약서'를 작성했을 테고 대부분의 부동산 시가표준액이 실가보다 낮았을 것이기에 '다운계약서'를 제출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우리 국민 대부분은 '탈세'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안철수 후보 뿐만 아니라 그동안 부동산을 거래하고 보유한 사실이 있는 박근혜 후보나 문재인 후보도 마찬가지다. 결국 우리나라 대통령은 그간 부동산을 한번도 취득해 보지않은 사람만 나설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약력] : 세무대·고려대(석사)·경원대 대학원(박사) 졸업, 서울지방국세청·중부지방국세청 근무, 다함세무법인 대표세무사(現), 웅지세무대학 겸임교수(現), 한국세무사회 연구이사(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