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연간 10조원 규모로 성장한 화장품 시장과 관련, 화장품 유통업계의 탈세혐의가 높은 정황을 포착하고 사전조사에 들어가는 등 세원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최근 화장품 제조업체들에 일제히 공문을 보내, 유통점포와 영업사원들이 소비자들에게 현금으로 판매한 회장품의 수량과 가격 등 거래내역을 제출 할 것을 요구했다.
국세청이 화장품업계의 현금거래 실태 파악에 나섬에 따라 업계는 "화장품유통 시장에 대대적인 국세청 세무조사 태풍이 몰아치는 것 아니냐"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업계관계자들은 음식점·유흥업소들이 현금거래분의 매출을 축소 신고하여 적발된 것에 주목하고 화장품유통업체 역시 매출의 축소신고 여부를 집중 점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화장품 제조사들이 직영하는 유통업체는 물론 프랜차이즈 형태로 운영되는 화장품 유통업체들도 현금거래분에 대해 소명을 어떻게 해야할지 심사숙고하면서, 국세청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나라의 화장품 시장은 연간 10조원 규모로 아모레퍼시픽이 2조2000억원, LG생활건강 2조원 등 두 회사가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그 외에도 에이블씨엔씨, 코스맥스, 코리아나화장품, 한국화장품 등이 500∼3000억원 수준의 매출을 보이고 있다.
이들 화장품제조업체들은 백화점, 면세점, 할인마트와 제조업체의 브랜드샵, 방문판매, 화장품전문매장 등을 통해 화장품을 유통하는데, 특히 브랜드샵, 방문판매, 화장품전문매장 등이 국세청의 타깃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화장품 전체 매출액 가운데 현금으로 팔리는 비율은 업체마다 차이가 나지만 통상 20~40% 수준.
서울지역 A유통업체의 매출은 3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 졌다. 매출액의 20% 정도를 줄여서 신고했다면 세금추징액은 가산세까지 포함하여 1000억원대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세청 사전조사 결과 탈세혐의가 높은 것으로 드러나 세무조사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수천억원대의 세금이 추징될 수도 있다는 설명.
이와 관련 화장품 유통업체 관계자는 "업계 일각에선 현금거래의 특성상 세무당국의 추적 및 증거확보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이미 국세청에 신고한 내용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제출할 가능성이 높은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한국화장품 등 '대형 화장품 제조사'들의 분위기는 유통업체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
생산공정 및 판매관리를 ERP(전사적 자원관리), POS(판매시점 관리) 등 전산시스템으로 관리하는 제조회사들은 국세청이 마음먹고 발품을 팔면 유통업체의 탈루세액을 찾아낼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편 국세청은 화장품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한 이번 사전조사를 마치는 대로 유통업체에 대한 조사여부는 물론 조사범위와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