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 피치(Fitch)가 6일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더블 A 등급인 'AA-'로 1단계 상향조정했다.
지난달 27일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Moody's)가 한국 신용등급을 'Aa3(안정적)'로 1단계 올린지 딱 열흘만이다.
기획재정부는 6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긴급브리핑을 갖고, 피치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안정적)'로 1계단 올렸다고 밝혔다.
피치는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강등한 이후 15년만에 더블 A 수준으로 회복시켰다.
현재 피치사 기준 국가신용등급을 살펴보면 일본과 중국 모두 'A＋'에 머물고 있어, 우리나라가 일본을 역전했다.
한국보다 국가신용등급이 높은 나라는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캐나다, 싱가폴, 호주(이상 AAA), 홍콩(AA＋) 벨기에(AA) 등으로 9개국에 불과하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경제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3%대를 넘기 힘든 상황이며, 내수·수출 모두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도 계속되는 경기침체를 완화하고자 기업투자활성화 대책, 주택거래정상화 방안 등을 연달아 발표했지만 효과는 미미한 상황이며, 다음 주 초에 추가적인 경기부양 대책을 마련해 내놓을 계획이다.
그러나 피치는 ▲실물·금융부문 안정성 ▲튼튼한 거시경제정책 체계 ▲소득·사회·정치부문 안정 등 구조적 여건 개선 등을 이유로 한국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했다고 밝혔다.
우선 2007년 이후 5년 동안 한국의 실질GDP 성장률이 3.5%에 달해 홍콩(＋), 벨기에(-), 사우디 등 다른 AA 그룹 국가들(평균 2.7%)에 비해 높고, 성장 및 물가의 변동성은 더 낮다고 평가했다.
노동시장과 통화·재정정책상 여력을 보유했고, 경기둔화 및 선거 등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재정정책 운용기조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기준 34%로 나타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등 재정수지가 양호한 점도 반영됐다.
단기외채 비중이 축소된 반면 외환보유액은 증가했고, 자본유출입 변동 완화방안 등으로 은행부문의 해외자본조달 역량이 개선되는 등 대외부문 건전성도 높아졌다고 밝혔다.
피치는 향후 한국의 건전한 재정기조가 지속되고, 국가채무가 꾸준히 감소할 경우 추가적인 신용등급 상향조정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다만 가계부채와 북한 리스크 등은 한국 경제의 위험요소라고 지적했다.
피치는 부채가 많은 가계와 중소기업 대출비중이 높은 은행부문 자산의 유동성이 급격히 악화되거나, 북한의 갑작스런 붕괴 등으로 통일비용이 발생할 경우에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지난달 27일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기존 'A1'에서 'Aa3(안정적)'로 상향조정한 무디스도 ▲양호한 재정건전성 ▲경제활력 및 경쟁력 ▲은행부문 대외취약성 감소 ▲북한문제의 안정적 관리 등을 등급 상향조정의 이유로 제시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