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대출을 규제하는 장치였던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제한적으로 풀린다.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놓고 고민을 하다가 '양날의 검'이 될 수밖에 없는 DTI 완화책을 꺼내 든 것이다.
1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 빚을 막기 위해 정부가 고심했던 사항이지만, 부동산 침체를 해결할 카드로는 DTI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17일 정부는 '경제 활력 대책회의'를 열고, 경기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논의했다.
금융 분야에서는 DTI 보완이 검토됐다. 최근 몇 년 동안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자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산 뒤 빚 상환에 허덕이는 일명 '하우스 푸어'들이 양산됐고, 사회적 문제로 커졌다.
금융위원회는 현재 서울 50%, 수도권(인천·경기) 60%로 제한된 DTI를 미래의 예상소득을 기준으로 바꾸기로 했다.
특히 일자리가 있는 젊은 층이나 거액자산을 보유한 은퇴자의 경우에는 빚 상환능력이 있는 만큼 대출한도가 늘어난다.
앞으로 40세 미만의 무(無)주택 근로자가 주택구입을 목적으로, 만기 10년 이상의 분할상환 대출을 받으면 DTI가 완화된다.
예를 들어 월 급여가 300만원인 35세의 근로자가 만기 20년짜리 대출을 받으면, 대출한도는 현재의 2억2400만원에서 2억6000만원까지 15.9% 늘어난다.
10년 동안 급여가 31.8% 증가한다고 가정할 때, 현재 소득은 연 3600만원이지만 장래 소득은 4172만원이 되기 때문. 따라서 DTI는 대출을 받은 뒤 1년이 지나면 57.9%에서 10년 후에는 43.7%까지 낮아진다.
또 소유 중인 부동산 등 자산이 있거나 금융소득이 많은 경우 이를 소득으로 인정하고 대출한도를 늘려준다.
아울러 6억원 이상의 주택구입 시 대출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으며, 역모기지(65세 이상 고령자가 주택을 담보로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에 한해 DTI 적용이 면제된다.
개정된 내용은 은행권에 한해 다음 달부터 적용된다.
김태현 금융위 금융정책과장은 "DTI가 상환능력을 감안해 부채를 조달하도록 하기 위한 장치였는데, 실수요자 특성에 맞춰서 불합리한 부분을 보완했다"고 제도 개선 배경을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