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독일로 해외 출장을 다녀온 직장인 A씨는 뜻밖에 세금 혜택으로 기분이 좋았다.
출장을 마치면서 아내에게 생일 선물을 하기 위해 470달러인 핸드백을 구입했는데 관세가 생각보다 적게 부과된 것. A씨는 5만원을 예상했지만 절반에 불과한 2만5000원만 부과됐다.
알고 보니 지난해부터 독일과도 FTA가 발효되면서 면세범위인 400달러가 넘는 초과금액 70달러에 대한 FTA특혜율이 적용돼 부과금이 절반으로 줄어든 게 원인이었다.
이처럼 FTA가 발효되면서 수출입 업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해외여행객들에게도 뜻밖의 즐거움이 생겼다.
해외에서 면세범위인 400달러를 넘는 휴대품을 가지고 올 경우에 FTA특혜관세를 적용받아 세금을 절약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이다.
이런 관세할인 혜택을 받기 위한 조건은 두 가지. 바로 영수증과 원산지 증명서가 그것이다.
물론 할인 대상은 우리나라와 FTA를 맺은 국가에서 생산·판매하는 제품으로 개인 소비 목적의 반입 물품이다.
세관신고서와 FTA협정세율 적용란에 체크를 하고 영수증을 제출하면 세관에서 해당 물품에 대한 수입세금고지서를 발행해준다.
우리나라와 FTA가 체결된 국가를 여행할 때는 FTA체결국에서 제조, 판매된 제품이라는 영수증만 꼼꼼히 챙기면 FTA특혜관세를 적용받을 수 있는 것.
즉 FTA로 관세가 사라진 품목을 구입했다면 부가세만 내고 관세는 한 푼도 안내도 되는 셈이다.
그러나 면세 범위를 훌쩍 넘는 고가품을 구입한 경우 FTA특혜관세를 적용받고 싶다면 주의해야한다. FTA발효 국가별로 일정 금액을 넘을 경우 영수증 외에 원산지 증명서를 제출해야 관세인하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원산지 증명을 따로 해야 하는 금액 기준은 나라별로 다른데 대개 1000달러 이상 구입했다면 원산지 증명을 받아야한다. 미국, EFTA, 싱가포르, 칠레, 페루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반면 아세안은 규제가 다소 까다로워 200달러만 넘어도 원산지를 증명해야한다. 즉 면세범위를 넘는 모든 물품이 원산지 증명서 제출대상에 해당한다.
반대로 EU 지역은 규제가 느슨한 편으로 6000유로, 즉 달러로 환산하면 7570달러 정도까지는 원산지가 포함된 영수증만 있다면 FTA특혜 관세를 적용받을 수 있다.
이들 고가품은 일반 여행자의 휴대품이라기보다는 수출입업자의 거래에 해당하는 범위로 보아 과세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세관의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입국시부터 특혜관세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일단 FTA 체결 국가별로 앞서 말한 해당금액을 넘긴 경우 일반 관세를 지불한 이후 추후에 원산지증명서 등 수출입업자들이 제출해야하는 서류 절차를 마치면 이미 지불한 관세를 환급해주는 방식이다.
이같은 과정을 '사후협정관세적용'이라고 하는데 휴대품 반입 후 1년 이내에 해당 절차를 밟으면 고가품도 FTA특혜관세를 적용받아 세금을 일부 돌려받을 수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여행자들이 FTA발효 국가에서 원산지를 알 수 있는 영수증을 제출한다면 관세혜택을 받을 수 있는 셈"이라며 "단 부가세는 FTA체결 국가라고 하더라도 그대로 내야하므로 관세 절감액이 많지 않고 절차가 번거롭다고 생각하는 여행자들의 경우 그냥 일반 관세를 납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