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의 ING생명 한국법인에 대한 뜨거운 구애가 금융권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어 회장은 최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비은행부문 쪽을 확장하는 데 ING생명 한국법인 만큼 좋은 기회도 없지만, 능력이 닿을 수 있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가 이처럼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에 남다른 의지를 밝힌 이유에 대해 금융권 일각에서는 임기를 마치기 전에 금융기관 CEO로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고 싶어하는 남다른 이유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어 회장이 ING생명 인수에 승부수를 걸고 있는 듯 하다"며 "사실 후대 금융회사 CEO의 성과는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처럼 M&A 등 구체적인 실적으로 평가받는 측면이 강한데 ING생명 인수를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어 회장은 오는 27일부터 28일까지 일정으로 런던에서 열리는 G100유럽에 참석해 피에르 낭텀(액센츄어), 앤드류 모스(아비바그룹) 등 세계적인 CEO 100여명과 한 자리에 설 예정입니다. 한국인으로서는 최초이자 유일하게 초청을 받은 것인데 그의 글로벌 위상을 한눈에 보여준다는 평가입니다.
그는 이처럼 국내를 대표하는 파워금융인으로 통합니다. 지난 2010년 7월 KB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할 당시 '친MB' 인사로서 '낙하산 논란'까지 불러 일으켰지만, 그해 1927억원에 불과했던 영업이익을 한해만에 3조3983억원으로 급상승시키며 논란을 잠재웠습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그의 실적 평가에 그리 후한 점수를 매기지 않고 있습니다. M&A 등 뚜렷하게 보이는 실적이 전무하기 때문입니다.
어 회장은 KB금융 취임 후 엄격한 체질개선과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3244명에 달하는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군살빼기에 나선 바 있습니다.
이후 그는 주로 KB금융의 내실 다지기에 주력해 왔습니다. 과거 어 회장이 '메가뱅크'를 강력히 주장하며 우리금융의 인수를 추진했던 대표적인 글로벌 CEO였기에 그의 한풀 꺾인 기세에 시장은 의아한 시선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어 회장은 2011년 1월 신년사에서 "현재 5% 미만에 머물고 있는 그룹 비은행 부문 수익비중을 2013년까지 30%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이후 그가 추진한 첫 M&A는 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칙 비리문제로 시끄러웠던 제일저축은행이었습니다. 그가 외친 비은행 부문의 수익비중 개선과 크게 동떨어진 이 같은 딜을 두고 KB금융 내 직원들조차 의아해 했다는 게 금융권의 전언입니다.
이 같은 측면에서 KB금융의 ING생명 인수 추진은 어 회장이 공언한 비은행부문의 확장으로서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는 평가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의 언사. 금융권에서는 어 회장의 ING생명 인수 발언이 나올 때마다 인수가격이 1000억원씩 상승하고 있다는 곱지 않은 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기업 M&A의 속성상 지난친 시장공개 발언은 인수가격을 높이는 원인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일부에서는 그의 발언이 다소 의도적이지 않냐는 분석도 내놓습니다. 특히 그의 "삼성생명과 공동인수를 검토할 수 있다"는 발언은 당사자인 삼성생명 측의 부인으로 흐지부지되고 있지만 어 회장이 잠재적 인수경쟁자인 삼성생명에 '무력시위'를 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KB금융지주 관계자에 따르면 ING생명의 매각 일정은 IM(information memorandum), 실사작업, 우선협상자 선정, 매각협상 등 별다른 변수가 없다고 해도 7개월 정도 소요될 예정입니다.
12월에 있는 대선이라는 정치적 이벤트를 고려하면 어 회장이 내년 7월까지 임기가 남아 있다해도 사실상 자신의 임기 내 가시적인 실적을 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파악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사실 ING생명의 한국법인은 KB금융으로 봤을 때 사업포트폴리오를 획기적으로 바꿀 정도의 크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어 회장이 임기 내 비은행부분에 대한 M&A를 성공하며 자신이 취임초 약속을 실행했다는 측면에서 상징적인 부분이 크다는 것이 금융권의 시각입니다.
어 회장의 마지막 승부수가 시장에서 통할 지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