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유 하나금융회장(왼쪽에서 둘째)과 김정태 하나은행장(맨 오른쪽)이 지난해 11월 11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앞 마당에서 다문화가정 이주여성 등과 함께 소외계층에게 전달할 '사랑의 김장'을 담그고 있다.
사회공헌과 기업가치 창출의 조화- 상생(相生)의 화두 던져
나눌수록 커지는 '하나'-'사회 포괄하는 통합'으로 승화
김승유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연초 신년사에서 그룹의 '사회적 책임 이행역량 강화'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금융권에 화두를 던졌다.
김 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지만 이전과는 다른 차원에서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려는 것"이라며 "그 방향은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보이면서도 기업의 수익을 추구하는 '기업의 공유가치 창출'(CSV)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가 역설한 '기업의 공유가치 창출'(Creating Shared Value)은 나눔의 사회공헌과 기업경영을 통한 가치창출을 따로 구분 짓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지난해 11월 11일 천년 만에 '1'이 6번 겹치는 기일을 맞이해 전개한 '1111 모두 하나데이 캠페인' 등 하나금융의 사회공헌 활동이 주목받는 이유도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생소한 기업의 공유가치 창출을 앞장서서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 사회공헌과 기업가치 창출의 절묘한 조화 = 미국 하버드대의 경영석학 마이클 포터 교수가 주창한 'CSV 경영'은 아직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단어이지만 최근 기업경영의 화두로 떠오른 상생의 개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커피회사 네스프레소가 아프리카 지역 원두 생산자들에 대한 교육과 투자를 통해 생산성을 끌어올린 것이나, 미국의 홀푸드 마켓이 그 지역의 농부들의 농산물을 유통하고 매장 내 직원은 그 지역 커뮤니티의 장애인이나 노인들을 고용해 수익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상생을 기치로 한 대표적인 'CSV 경영'이다.
이처럼 'CSV'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 기업활동과 별개로 진행되며 지속가능성에 한계를 드러내자 이에 대한 대안으로 최근 각광을 받는 개념이다.
하나금융이 '하나데이 캠페인'에서 '나눔과 배려로 이웃과 고객과 동료와 하나 되기'라는 모토를 전면에 내건 이유도 사회공헌과 기업경영이 별개의 객체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11월 14일 거래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와 동료들 111명을 초대해 서울 시내를 함께 돌아보는 '아름다운 버스여행' 행사(사진)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와의 교감을 추진했다.
또 언어 때문에 금융서비스 이용이 어려운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어느 지점에서든지 현지어 전화 연결 및 상담이 가능한 전담 상담센터를 오픈하며 사회공헌과 기업의 가치 창출을 절묘하게 조화시켰다는 평가를 들었다.
하나금융이 국내외 대표 프로골퍼들과 함께 진행했던 '사랑의 버디' 행사도 기부와 금융을 혼합해 호평을 얻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010년 에비앙 마스터즈 대회에 참가한 골프선수들이 버디를 성공할 때마다 미소금융중앙재단에 100달러씩 기부하기로 하면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2년 연속 이어지고 있다.
하나금융은 이를 통해 모인 기부금을 저소득·저신용 계층의 자활·자립을 지원하는 미소금융 사업에 사용하도록 하며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하나은행은 지난달 12일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과 업무협약을 하고 각종 후원금 관리 업무 및 금융거래를 지원하는 '후원금관리시스템'을 오픈한 바 있다.
후원금 관리 단체에서 후원자 관리, 수납 및 회계처리, 금융거래 등 각종 업무가 분산돼 있어 조회 및 처리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을 주목해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다.
앞서 하나은행은 지난 7월 14일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다문화가정 지원 사업 등 나눔 문화 확산을 위한 노력 및 소외계층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국내외 공익사업 지원에 협력하기로 하고, '바보의 나눔 통장 및 적금', '바보의 나눔 체크카드' 등 관련 금융상품을 출시했다.
이처럼 하나금융은 사회공헌과 기업의 가치창출을 절묘하게 조화시키며 기업의 공유가치 창출을 앞서 실천하는 것이다.
김승유 회장(사진)은 신년사에서 CSV와 관련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단순한 평판관리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을 사회와의 공동가치 창출에 기반을 두면서도 기업의 경쟁력과 지속 가능성을 추구한다는 데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며 "이는 단순히 금융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시류에 영합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전한 바 있다.
■ 나눌수록 커지는 '하나' = 하나금융이 지난해 전개한 '하나데이'의 기본 개념은 '나눌수록 커지는 하나'다.
이웃, 고객, 동료와 나눔으로써 더 큰 화합의 '하나'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하나'의 개념을 '사회를 포괄하는 통합'의 의미로 승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사실 하나금융이 지금까지 펼쳐온 사회공헌의 주된 관심사는 '나와 다른 남'이었다.
주한 외국인 130만 시대를 맞이해 외국인들에 대한 배려를 '하나 Kids of Asia'(다문화 가정 자녀 교육 프로젝트) 등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이끌어낸 것이나, 저출산이나 고령화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어린이보육시설의 건립을 추진한 것도 '나와 다른 남'을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출발한다.
지난 2009년 12월 '하나미소금융재단'을 설립해 금융소외계층의 창업자금 지원에 본격적으로 나서며, 금융사 중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서민금융사업을 펼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나금융이 다문화 가정 어린이 교육과 대학생 등록금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대학생들에게 교육봉사를 하고, 그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드림소사이어티 재단' 설립을 추진하는 것도 '나눔과 배려로 하나되기'를 위한 고민의 일환이다.
일부에서는 하나금융이 '나와 다른 남'을 끌어안을 수 있었던 데는 40여 년 동안 문화가 다른 금융사를 끌어안아온 역사와도 무관치 않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나금융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은 단기금융 전문회사로 출발해 충청은행(1998년), 보람은행(1999년), 서울은행(2002년), 대한투자증권(2005년) 등을 잇따라 인수하며 오늘날의 4대 금융지주로 커왔다.
이 같은 남다른 역사가 타인들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문화를 자연스럽게 태동시켰다는 것이 일부의 평가이기도 하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시끌벅적한 연말 송년회 대신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택했다.
김종열 하나금융 사장 및 임직원 170여 명은 지난달 22일 틀에 박힌 연말 송년모임 대신 미혼모 및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의 신생아 자녀에게 지원되는 배냇저고리와 신생아에게 필요한 물품을 담은 키트를 직접 만드는 봉사활동에 동참했다.
이 같은 하나금융의 색다른 행보는 금융권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하나금융 측은 사회공헌과 관련 "다른 기업이나 사회에 의해 영향을 받아 무분별하게 진행하는 것이 아닌 기업 고유의 목적과 목표를 세우고 흔들리지 않는 뚝심으로 진행시켜나가야만 지속성이 위협받지 않는다"며 장기적인 비전을 통해 꾸준히 진행해온 사회공헌 활동의 남다른 의미를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