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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증권맨, 제 돈 넣어 고객계좌 메우는 '슬픈 현실'

  • 보도 : 2011.11.29 17:57
  • 수정 : 2011.11.29 17:57

국내 대형증권사의 지점에 근무하는 A 대리(30)는 요즘 손실 난 고객 계좌를 제 돈으로 메우느라 정신이 없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물 타기'(주가하락 시 보유 종목을 늘리고 매수단가를 낮춰 손실을 줄이는 방법)를 하기 위해 수십 만원을 넣었지만, 주식을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다 결국에는 손실이 수백만원대에 이르렀다.

대학 시절 주식투자로 1000%가 넘는 수익률을 올리며 부푼 꿈을 안고 금융투자업계에 들어왔지만, 고객 돈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신세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이처럼 증권사 직원의 불법 일임매매(증권사 직원이 고객 계좌의 돈을 운용)가 심각하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시중은행의 '자폭 통장'(은행 직원이 자신의 돈을 들여 예금상품 등에 가입)이 문제된 데 이어 금융권의 실적 압박에 따른 희생양이 또다시 생겨나고 있는 것.

금융 당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불법 일임매매를 강력하게 단속하고 있으나 암묵적으로 이뤄지는 행위를 완전하게 근절하는 일이 쉽지 않다.

□ 실적 안 되면 '아웃'(Out)…사돈의 팔촌까지 동원 = A 대리의 경우 고객을 많이 유치하지 못한 데 따른 실적 부진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는 대학 졸업 후 국내 10위권 내의 대형증권사에 입사했으나 실적 부진을 견디지 못해 두 차례나 그만뒀다.

현재 다니는 세 번째 증권사에서는 지인의 지인까지 총동원해 거액자산가들을 고객으로 유치해나갔다.

그러나 2008년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면서 고객 계좌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기 시작했고, 어떻게든 수익률을 만회하려다 보니 들어가는 돈(?)도 점점 불어났다.

그는 "잘못된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적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회사에서도 알아서 눈감아준다"고 토로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불법 일임매매 등이 적발된 증권사의 임직원만 329명에 달하며,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들어서도 증권사 임직원 50여명이 이와 비슷한 일로 주의적 경고나 감봉 등의 징계를 받았다(9월 기준).

□ 금감원 단속 강화, 업계 "일부에 해당하는 일" = 일임매매는 허가받지 않은 경우 자본시장법에 의해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설령 고객의 손실을 보전하고자 일임매매를 했더라도 처벌 대상이 된다. 이를 알고도 묵인한 상급자 역시 처벌 대상이다.

한 대형증권사의 임원은 "업계 일부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알지만, 전체 증권사가 그렇다고 보면 곤란하다"며 "실적 독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회사 차원에서 일임매매를 강요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현재 62개 증권사와 8개 선물거래중개회사를 대상으로 일임매매를 비롯해 전반적인 불법 행위를 점검하고 있다.

우선 증권사 등이 자체적으로 내부감사를 실시하도록 하고, 자료 제출을 받은 뒤 문제가 있는 경우 현장 검사에 나설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사의 실적 압박은 회사 차원에서도 이뤄지지만 직원들 스스로가 실적 경쟁을 부추기는 측면도 있다"며 "과당경쟁이 낳는 이러한 폐해를 단속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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