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건 세무사, "수쿠크는 새로운 금융거래 아닌 일반금융거래" 주장
이슬람채권 비과세법안이 종교계의 개입과 정치권의 눈치싸움으로 결국 이번 임시국회에서도 논의가 보류될 전망이지만, 법령개정이 아닌 정부 유권해석만으로도 이슬람채권 비과세가 가능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 없이도, 이슬람채권에 대해 일반 외화채권과 같은 비과세 혜택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이어서 적지 않는 파장이 예상된다.
발상의 전환으로 볼 수 있는 획기적인 제안을 꺼내든 인물은 최재건 세무사다. 최 세무사는 한국세무사고시회 국제부회장 출신으로 세무사 개업 이전에는 국세청의 국제조세분야에서 수년간 근무했으며, 강남대학교에서 국제조세분야를 강의한 경력이 있는 전문가다.
특히 최 세무사는 최근 강남대에 청구한 박사학위 논문에서 이슬람채권 중 하나의 유형인 수쿠크 무라바하를 외화표시채권의 범주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무라바하'는 이슬람금융의 한 방법으로 증권 인수대금으로 취득한 자산을 차입자에게 전매하고, 그 전매차익을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형태로 정부가 법개정을 통해 비과세 혜택을 주려고 했던 이슬람채권 중 하나다.
최 세무사는 23일 조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수쿠크(이슬람채권) 무라바하를 '조세특례제한법 제21조 제1항 제1호에서 규정하는 외화표시채권의 범주에 해당한다'고 유권해석(예규)만 내린다면 수쿠크의 이윤 상당액에 대해 원천징수를 면제하는 것은 아주 용이하다"고 주장했다.
무라바하의 경우 수쿠크가 법적 형식이나 외관상으로는 어음에 해당한다는 견해가 유력하지만 경제적 접근에 따른 실질과세 원칙상 내용은 일반 외화채권과 동일하므로 적어도 외화표시채권을 규정한 세법해석에 한정해서는 수쿠크를 회사채로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 최 세무사의 판단이다.
그는 "수쿠크는 이슬람 율법이 이자의 수수를 제한하므로 실제는 이자임에도 이를 '배당', '매매수익', '리스요금'으로 외형만 포장하기 때문에 자세히 보면, 새로운 금융거래가 아니라 금융기능이나 구조적인 관점에서 일반금융분야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최 세무사가 고안한 해결방법은 하나 더 있다.
수쿠크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차입자와 투자자 사이에 발행법인인 특수목적법인(SPC)를 설립해야 하는데, 여기에 특수목적법인을 하나 더 만들어서 추가된 특수목적법인이 수쿠크를 발행, 조달받은 이슬람자금을 국내 모법인이 발행한 채권의 인수자금으로 사용하면, 그 자체가 외화표시채권이 되어버리는 방법이다.
물론 이 방법에는 상대방인 자금의 대여자가 동의해야 하고, 우리 금융당국이 제재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한가지 염려되는 점은 이러한 2단계 특수목적법인 설립방법이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에 적합한가의 여부인데, 최 세무사는 "이 방법은 이미 사우디아라비아의 핸코수송단 회사의 유동화증권 발행사례를 통해 가능성이 확인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 핸코수송단회사가 이러한 2단계 특수목적법인 설립을 통해 발행한 유동화증권은 사우디아라비아 샤리아위원회에서 정식으로 승인을 받았다.
최 세무사는 "법개정이 어렵게 되자 정부는 시행령 개정이나 다른 법률 개정을 통해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기존의 행정해석을 약간 변경하고, 이미 시행된 적이 있는 이슬람금융 거래형태를 수정하면 충분히 법개정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