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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조세일보 선정 '명품(名品)' 세무사]

납세자를 평생의 '동반자'로 생각…고봉립 세무사

  • 보도 : 2010.09.09 08:40
  • 수정 : 2010.09.09 08:40



세무사는 국가공인 자격증을 소지한 전문가로서 납세자의 납세 의무를 위임받아 행하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세무사법 1조에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납세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게 하는' 것을 세무사의 사명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지만 현장에서의 세무사들이 모두 진정으로 이를 실천하고 있다고 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

세무사도 직업으로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인데, 반대로 지독하게 공익을 추구하며 성실함을 유지하고 있는 세무사들도 적지 않다.

조세일보가 이번에 만난 고봉립 세무사는 주위 세무사들에게 '바보 같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성실하고 솔직한 세무사로 유명했다.

■ "도의 어긋나면 가지 않겠다"…성실함으로 '뚜벅뚜벅'

20년 넘게 국세청에 몸을 담았던 세무공무원출신으로 1999년 세무사를 개업했지만 그는 단 한번도 국세청에서의 인맥을 이용해 영업을 한 적이 없다.

퇴직 직전 근무지가 남양주세무서, 강동세무서였던 만큼 주무대인 남양주, 구리지역과 강동지역의 납세자들과의 인연이 적지 않았지만 개업 후 그가 시작한 것은 관내 인맥관리가 아닌 신규고객 발굴을 위한 발품팔이였다.

"개인적인 친분만으로 무조건 고객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동료세무사들에게 도의적으로 용납이 안되더라"는 고봉립 세무사는 구리에서는 아예 영업을 하지 않았을 정도로 자신만의 '선'을 고집했다.

세무공무원시절 친분이 있던 납세자들이 자신이 개업한 사실을 알고 반가운 마음에 찾아왔지만 공무원에서 세무사라는 새로운 삶을 살게 됐으니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이미 깔려 있는 인프라를 제쳐두고, 속된말로 맨땅에 헤딩한 셈.

심지어는 기존 세무사 대신 본인에게로 옮기겠다고 고집하는 고객에게 직접 그 세무사를 데리고 방문하여 "나에게 오지말고 이 세무사와 계속 거래하라"고 설득하기도 했다.

인맥을 이용해 고객을 유치한다면 기존에 그 고객의 세무대리를 하고 있던 다른 세무사들에게 죄를 짓는 게 된다는 생각이 강했다.

무엇보다도 '세무공무원 고봉립'은 검증이 됐지만 '세무사 고봉립'은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납세자를 위해서라도 인맥이 아닌 노력에 의해 공무원 출신이 아닌 세무사로 인정받겠다는 생각이었다.

주위에서 "바보같이 굴러 들어오는 돈 다발을 차느냐"는 말도 들었지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바보 같을 정도로 성실했고, 그 결과 고객은 물론 동료 세무사들에게도 신뢰를 얻었다.

점심도 굶고 식당가를 돌며 영업을 했고, 하루에 7건을 계약한 적도 있다. 밑바닥부터 시작, 개업한 지 6개월여만에 수임건수 100건을 돌파했을 정도로 뛰어다녔다.

특히 스스로 찾아온 고객에게도 거래중인 세무사와 계속 거래하도록 설득하는 등 초창기 보여준 신뢰와 열정은 10년이 지난 지금 진정한 고객으로 다시 돌아왔다.

눈앞의 자신의 이익보다는 납세자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마음에 감복한 납세자들이 지인들을 소개시켜 주면서 고객은 점점 늘어만 갔고, 주변의 세무사들까지도 그런 고 세무사의 행동에 반해 그를 지역세무사회장으로 추대하기에 이르렀다.

■ "아버님이 주신 '세무사 자격'…세금의 소중함 알게돼"

고봉립 세무사는 1999년 세무사 개업을 하기 전까지 유능한 세무공무원으로 이름을 날렸다.

부가가치세가 국내에 처음 도입됐던 1977년 국세청 요원만 별도로 뽑은 9급 공채에서 합격, 세무공무원이 된 후 남광주, 광주, 김제, 나주, 안양, 강동, 남양주세무서, 광주지방국세청 등에서 부가가치세, 법인, 조사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중부지방국세청 특별조사국 창설멤버이기도 한 고 세무사는 국세청 교육평가에서 매번 전국 수위에 오르며 동기들에 비해 고속승진을 이어갔다.

그러던 1998년 2월 잘 나가던 세무공무원에게 시련이 닥쳤다.

이미 모친을 여읜 고 세무사와 형제들의 버팀목이 돼 주셨던 부친이 운명을 달리 한 것.

평소 효자로 소문났던 고 세무사에게 부친의 사망소식은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충격이었다. 충격은 한 달이 넘는 방황으로 이어졌다.

고 세무사는 "마음을 가눌 수 없었다. 도저히 일도 손에 잡히질 않고, 생활 자체가 안됐다"며 "뭔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거나 정을 붙이지 않으면 안되겠더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정서적으로 엄청난 위기를 맞은 그가 찾은 새로운 돌파구는 '세무사'였다.

그는 "새로운 내 길을 찾아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왕에 새로운 길을 간다면 퇴직 후에 가는 것보다는 아직 젊을 때 가는 것이 제대로 된 새 길을 가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 해 3월말부터 세무사 공부를 시작한 그는 100여일 남짓한 시험 준비기간 동안 도서관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밤샘공부를 했고, 당당히 세무사시험에 합격했다.

워낙 열심히 일하고 유능했던 직원이 새로운 길을 택하자 조직을 위해 더 일해달라는 선후배들의 만류도 적지 않았지만 선택은 뒤집히지 않았다.

어느 덧 세무사 생활 10년을 훌쩍 넘긴 고 세무사는 "국세청 안에서는 결과물에 대해서만 평가했던 것 같다. 세무사를 하면서 과정을 알게 되고, 깊이를 알게 되니까 세금이 얼마나 귀중하고, 국가를 위해 또 국민을 위해 잘 쓰여야 하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지금도 고 세무사의 지인들은 "공부해서 자격을 딴 게 아니라 아버님이 세무사 자격을 주고 가신 것"이라고 평가한다.

고 세무사는 "아버님이 주신 세무사자격 덕분에 세금의 무서움도 알게 되고, 납세자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도 갖게 됐다"고 말했다.

■ "납세자는 내 길을 함께 가는 동반자"

고봉립 세무사는 스스로 가진 최고의 강점으로 '진실성'을 꼽았다.

고 세무사는 "납세자를 납세자로 만나지 않는다. 납세자는 내 길을 함께 가는 동반자라고 생각한다. 형제, 친구로 만나 나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며 "내가 모든 것을 털어놓을 때 납세자도 모든 것을 나에게 맡길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고 세무사는 납세자의 문의에 모르는 것이 있으면 툭 터 놓고 "모르겠다"고 말한다. 다만 "모르지만 연구하겠다. 연구하는 노하우는 내가 당신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고 세무사는 신규 고객이라도 당장 앉은자리에서 계약서를 쓰도록 하지 않는다. 대화하고, 서로를 알게 되고, 고객이 고 세무사를 신뢰한다고 판단됐을 때야 비로소 계약서를 내민다고.

고 세무사는 또 "전문화라고 하는데, 세무사는 일정 분야에 치우치거나 집착하면 곤란하다. 병이 난 후 치료를 잘 하는 의사보다는 병을 사전에 예방하는 의사가 되려면 종합컨설턴트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의 가정사를 제외한 전 분야의 파트너가 되어 컨설팅을 해줘야 한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진실하게, 바보 같을 정도로 성실하게 한다면 사소한 것 하나도 놓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만나는 모든 이에게 성실함과 진실함으로 다가가는 고 세무사의 성향은 사무실 직원관리에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세무사와의 관계 악화와 중도퇴직자 빈발 등 세무사사무실 직원문제가 세무대리업계에 화두가 되고 있지만 고봉립 세무사사무실에서는 그런 모습을 찾기 어렵다.

고 세무사는 "물론 다른데서 돈 더 준다고 해서 간다면 대세는 막을 수 없겠지만 직원들과도 가족같이 지내는 것이 철칙"이라며 "우리 사무실에서 5~6년씩 일하고 나간다 해도 고봉립 세무사사무실에서 일했다는 점이 그 직원의 강점이 될 수 있게 하고싶다"고 말했다.

혹여나 관두는 직원이 있을 때면 꼭 책을 선물하면서 정을 전하는 고 세무사 사무실에는 명절 때면 퇴직했던 직원들이 두 손에 선물을 싸들고 찾는 따뜻한 풍경도 쉽게 볼 수 있다.

고 세무사가 지키는 사무실 운영의 또 다른 철칙이 있다. 과도한 수임을 하지 않는다는 것.

고 세무사는 "거래처를 제대로 관리하려면 200여건 정도 수임하는 것이 적당하다"며 "300건 이상 된다면 세무사가 직접 관리하기 어렵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세무서비스의 질 저하로 연결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고 세무사는 "돈이 좀 생긴다고 해서 초심을 잃지 않을 것"이라며 "나이가 들었을 때 자식 앞에서 내가 떳떳하고 싶다. 납세자들과 동료세무사들이 나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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