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조세 > 관세

[숨막히는 밀수현장 뒷얘기]

온 가족이 가짜 명품시계 '밀수꾼'

  • 보도 : 2010.08.23 09:00
  • 수정 : 2010.08.24 09:27

지난 2007년 7월 소나기가 쏟아지던 어느 날, 인천본부세관 A조사관은 "김모씨가 중국에서 가짜 명품시계를 밀수입해 남대문시장 등에서 비밀리에 판매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국내에서 밀수입된 가짜 명품 시계가 거래되고 있다는 것은 세관직원은 물론 시계를 좀 볼 줄 아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것도 남대문시장이라는 가짜물품 거래의 메카에서 밀수입방법이나 시계보관 비밀창고 등 혐의 사실을 직접 확인할 만한 내용도 전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혐의자 한 사람의 인적사항이 훗날 국내 최대 가짜 명품시계 밀수입 조직을 검거하는 단초가 된다.

□ 5남매가 밀수입 전과자‥조직적 범죄 '의심'

수사팀은 정보를 입수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뜻밖의 사실을 발견했다. 가족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혐의자 김씨를 포함한 가족 5남매(형제 2명, 자매 3명)가 모두 가짜 명품 시계 등 밀수입 전과자라는 사실.

이 밀수가족 장남의 부인 윤모씨는 이미 서울세관 수사팀에서 2006년 가짜 명품시계 밀수입으로 구속 수사를 마쳤고, 차남은 다른 세관에서 같은 혐의로 지명 수배중이었다.

그렇다면 나머지 자매 3명이 계속해서 가짜 명품 시계를 밀수입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출입국내역을 확인해보니, 혐의자 김씨만이 가짜 명품 시계 수출국인 중국, 홍콩 등을 자주 왕래했고 자매는 출입국 내역이 없었다.

결국 김씨가 중국을 왕래하면서 가짜 명품시계를 밀수입하면 자매가 국내 판매를 담당하는 것으로 1차 결론이 내려졌다.

□ 미행·잠복으로 남대문 '비밀창고' 발견

이제 수사방향을 설정해 현품을 적발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문제지만, 밀수입방법이나 시계보관 비밀창고 등을 전혀 모르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을 해야할지 막막하다.

사무실에 앉아서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수사는 발로 뛰는 만큼 수확을 얻는다고 했던가. 일단 주민등록에 등재된 이미지 파일을 출력하여 얼굴을 익힌 다음 김씨를 미행, 추적해 밀수품 거래현장을 확인하고 비밀창고 및 공범자를 파악하기로 한다.

수사팀은 며칠 간 주거지 주변을 잠복했지만, 혐의자 등의 움직임이 전혀 없어 답답한 시간이 계속됐다.

비가 많이 내리던 7월 말의 어느 아침, 드디어 김씨가 과천의 주거지에서 나와 지하철을 타고 남대문시장 근처로 이동해 컨테이너 건물처럼 생긴 오피스텔로 들어갔다.

이후 자매 2명도 순서대로 같은 오피스텔로 들어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3명은 옷을 갈아입고 남대문시장 B상사 10층, C상가 3층, D오피스텔 9층으로 각각 이동했다.

다시 3명은 각각 검은 비닐봉지 1개씩을 들고 나와 지하철 회현역 입구 등 3곳에서 어떤 사람들을 만나 비닐봉지를 건네준다. 가짜 명품 시계 거래현장이 최초로 확인되는 순간이다.

계속된 잠복 결과 비슷한 행태가 계속됐고, 밀수품 거래현장과 비밀창고 3곳을 파악하게 된다.

□ 사상 최대 가짜 명품시계 밀수사건‥3500억원 규모

이제 영장을 발부받아 비밀창고를 압수수색만 하면 쉽게 증거품을 확보하고 혐의자를 검거할 수 있지만, 문제가 하나 있다. 비밀창고 내부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과연 가짜 명품시계 몇 개가 보관되어 있을지, 이미 다 팔아버려 빈 창고가 된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현품을 확보하지 못하면 지금까지 노력한 것이 모두 헛수고가 된다. 일단 영장유효기간을 넉넉하게 해서 미리 발부 받아 놓고 비밀창고 등 주변을 계속 탐문하면서 모든 상황을 종합, 압수수색 일자를 정했다.  
 
결국 조사직원 12명을 동원해 위 오피스텔 및 비밀창고 3곳, 주거지 등을 순차적으로 압수수색했다. 1곳씩 압수수색을 할 때마다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수량의 각종 가짜 명품시계를 발견했다.

비밀창고에 보관중인 시계 현품 1만5035개를 압수하고 현장에서 김씨 등 친자매 3명을 긴급체포했다. 압수한 현품을 운반하는 데 트럭이 필요할 정도였다.

<사진. 비밀창고에 보관중인 가짜 명품 시계>

조사결과 주범 김씨는 세관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홍콩을 경유, 중국을 왕래하면서 36회에 걸쳐 가짜 명품 시계를 밀수입했고 친자매 2명을 통해 비밀창고에 분산 보관하면서 은밀히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밀수입 시계 수량은 1만8089개(진품시가 3500억원 상당)로 3054개는 이미 판매됐고, 나머지는 세관에서 현품을 압수했다. 가족까지 연루된 사상 최대의 가짜 명품시계 밀수 사건이었다.

주요기사

  • 출생 :
  • 소속 :
  • 학력 :
  • DID :

상세프로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