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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초대석-우종안 서울본부세관장]

"FTA는 산타클로스 선물이 아니다"

  • 보도 : 2010.08.16 15:26
  • 수정 : 2010.08.16 15:26



"기업이 세관에 적극적으로 컨설팅 요구해야"

"관세 혜택이 주어지는 FTA(자유무역협정)는 산타클로스 선물이 아닙니다. 열심히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기업만이 자격이 있습니다. 세관이 실적 내기 위해서 컨설팅하는 것이 아니니,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합니다."

부드럽고 선한 인상을 풍기는 우종안 서울본부세관장은 차분한 말투 속에서도 거침없는 언변을 드러냈다.
 
HS품목분류 체계의 국내 도입과 WTO(세계무역기구)협정 등 관세 분야의 굵직한 사건들을 담당한 그는 아직도 관세행정의 고급화를 위해 할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세관장 집무실에는 직원들이 스스럼없이 들어오고, 업무처리는 결제가 아닌 토론을 벌이는 방식으로 벽을 허물었다.

2008년 7월부터 2년 넘게 서울·경기·강원·충청지역의 통관업무를 지휘하고 있는 그를 지난 10일 오전 11시 서울 논현동 집무실에서 만나봤다.

□ 서울본부세관의 역할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달라.

=일반적으로 세관은 수출입물품의 통관과 물류관리가 주된 업무인데, 이런 기능은 인천과 인천공항, 부산에서 주로 이뤄진다.

서울세관은 공항만을 끼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들 세관에 자진 신고한 물품에 대해 검증하는 기능을 한다. 국세청의 조사국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하나는 관세국경 관리인데, 밀수 등에 대한 조사업무가 있다. 서울세관은 2500만명 규모의 수도권을 관할하기 때문에 시장이 크다. 불법, 짝퉁물품은 거의 수도권을 시장으로 하기 때문에 조사와 수사업무가 주된 기능이 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통관기능은 약하지만, 조사와 심사에 특화된 세관이다. 기업들도 본사는 대개 서울에 있고, 심사는 본사를 중심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굵직한 사건이 많다.

□ 지난 2년간 재임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업무활동은?

=내가 사무관으로 근무하던 시절에는 윗사람들이 직원들에 대한 포상에 엄격하고 인색한 측면이 있었다.

서울세관장으로 와서 '으뜸이상'을 만들었다. 매달 통관분야, 일반행정, 심사, 조사분야로 나눠서 탁월한 실적을 낸 직원들에게 본부세관장 표창을 하고 있다. '명예의 전당'도 만들었다.

공공기관에서는 최초인데, 해마다 평가를 해서 그 네 분야의 탁월한 실적을 내고, 모범을 보인 직원들을 뽑아서 사진을 걸어주고, 공적사항을 전부 기재해서 컴퓨터로 확인해줄 수 있게 하고 있다.

□ 명예의 전당을 만든 동기는?

=2005년 인천세관장으로 가보니 해방 이후 역대 세관장 사진들이 걸려있었다. 그걸 보면서 의문이 들었다.

세관의 주인은 말없이 열심히 일하는 수백명의 직원들이다. 이들을 기리는 제도도 없고, 흔적도 없다. 과연 수백명의 직원들이 무엇을 가지고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강조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해마다 직원들 단체사진을 대형사진을 걸어볼까 해봤지만, 그것도 문제가 있었다. 그 중에는 열심히 안한 직원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똑같이 하면 안되겠다 해서 모범이 된 직원들 사진을 걸어주고, 세관과 역사를 영원히 같이 하면 직원들이 자부심을 갖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젊은 직원들도 동기부여를 할 수 있게 된다.

□ 실제로 직원 동기부여에 대한 성과가 나타났나?

=세계관세기구(WCO) 사무총장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방문했을 때 명예의 전당에 대해 대단한 관심을 가졌다. 직원들의 자부심 고취와 동기부여에는 최고라고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2008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기능직원은 가족들에게 "남편 잘 뒀다. 우리아빠 훌륭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하는데,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심어준 것이 최근 큰 사건들을 많이 처리한 계기도 된 것 같다.

□ 평소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얘기는?

=세관직원들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 이벤트성 업무는 생명이 길지 않다. 본연의 업무는 철저한 관세국경관리와 세금징수다. 이런 업무에 충실해야지 자칫 이벤트성 업무를 강조하다보면 본연의 업무를 등한시하게 된다.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도록 강조하고 유도해왔다.

□ 현 관세행정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의 과제가 있다면?

=우리 관세행정은 세계적 수준이라고 자부는 하지만, 아직도 업그레이드 시켜야할 부분이 있다. 관세행정의 고급화가 필요하다.

심사와 원산지 판정 문제가 화두다. 미국이나 EU와 FTA를 하면 원산지심사가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수출업체에 대한 지원을 위해서도 직원들의 회계능력을 높이고, 역량을 키워야 한다.

외환분야도 중요하다. 최근에는 단순한 '환치기' 뿐만 아니라 공인회계사나 외국 명문대학 출신의 고급인력들이 자금세탁을 공모하는 경우가 많다. 순수한 자본거래에 대해서도 세관이 수사할 수 있어야 보다 고급화된 업무를 수행하고, 불법 자금거래에 대한 통제도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이 분야에 대한 세관의 역량을 키우고, 자금세탁이나 재산 해외도피를 막기 위한 제도적 노력도 필요하다.

국제적으로 우리의 목소리를 높여 관세와 무역제도를 주도적으로 이끄는 역할이 필요하다. WTO나 WCO에 직원들을 많이 파견시켜 경험을 쌓아야 한다. 그들이 수집한 정보를 국내에서 가다듬어 새로운 국제적 룰(Rule)을 만다는 'Rule-Maker' 역할을 해야한다. 방어만 하던 것을 공격적으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 현재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방안에 대해 소개해달라.

=최근 다국적 기업들이 많아지는 추세에서 이전가격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관세평가협정에는 아직 이전가격 처리방안이 없다. 내국세 분야에서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이드라인이라는 취급방식이 있는데, 관세와 일치되지 않고 있다. 이를 조화시키는 연구가 필요하다. 이전가격에 대한 대처방안이 나와야 하는데, 나름대로 관심있게 보고 있다.

□ 서울세관의 당면 과제는 무엇인가?

=한-EU FTA 준비를 철저히 하고, 우리 수출업체들이 100% 활용할 수 있도록 기업 컨설팅을 최대한 해줘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도 FTA는 산타클로스의 선물이 아니다. 열심히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만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다.

기업이 세관의 컨설팅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세관에 대해 의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 세관이 실적내기 위해 하는 게 아니니, 적극적으로 요구해달라고 주문하고 싶다.

또한 가을이 되면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데, 안전관리를 철저하게 해줘야 한다. 공항만 관리가 주된 업무가 되는데, 서울세관 소속에는 속초, 동해, 대산 등 항구세관이 있다. 폭발물은 인천공항으로 들어오지 않고, 취약지구를 우회해 들어올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그쪽 세관에 강조를 많이 하고 있다. 이사화물에 대해서도 G20 연관해서 각별한 관심을 갖고 체크하고 있다.

[Inside Interview-사람의 '香']

"공인회계사 백정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권위적 리더는 이제 집에서도 안 통해"

□ 관세청과 재무부 등에서 주로 관세업무를 담당했는데, 기억에 남는 일은?

=1984년부터 1985년까지 재무부 산업관세과에서 HS 도입작업을 했다. HS해설서 번역부터 기본 골격을 완성했는데, 후임인 임태희 사무관(현 대통령실장)이 업무를 인계받아 세율을 붙이고 국회 입법과정까지 잘 마무리했다.

□ 관세 외에도 다양한 업무를 많이 했다.

=1991년에는 증권국에 있었는데, 외부감사제도와 공인회계사 관리업무를 담당했다. 당시 증권시장 활성화 정책에 따라 상장을 많이 시킬 때였는데, 부실상장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많은 피해를 봤다. 부실상장을 한 공인회계사들을 많이 징계했다. 당시에는 '온정주의'로 공인회계사 징계가 거의 없었지만, 회계질서를 바로 잡기 위해 징계를 강행했다. 그때 '공인회계사 백정'이라는 소리까지 들어봤다.

□ 직원들과의 소통을 중요시하는데, 주로 어떤 얘기를 나누나?

=기관장의 직급이 높다고 해서 직원들이 거리감을 느끼면 원활한 소통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항상 편안한 분위기를 만든다. 세관장실에 스스럼없이 들어올 때가 가장 반갑다. 주로 보직이나 집안 고충문제, 승진에 임박한 직원들이 검토해달라는 얘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 보통 직원들은 세관장실에 들어오기 꺼려할텐데.

=기관장이 '종크'를 주면 직원들이 들어오지 않으려고 한다. 예전에는 걸핏하면 서류를 집어던지는 권위적 간부들도 많았다. 사무관 시절부터 '내가 과장이나 국장이 되면 절대 종크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오늘날은 그런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집에서 자녀들에게도 그렇게 하면 아빠와 아무 것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

□ 업무처리 분위기도 좀 다른가?

=결재하는 방식을 쓰지 않는다. 일의 처리방안에 대해 직원들과 같은 위치에서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함께 연구하고 토론한다. 상의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하니까 직원들이 스스럼없이 자주 들어온다.

[프로필]우종안 서울본부세관장은?

1953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논산에서 초·중학교를 다녔고, 공주사범대 부속고등학교와 고려대 법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행정고시 23회로 관세청에 입문해 광주본부세관 총무과장으로 공직에 첫 발을 시작한 이후, 재무부 관세국, 국고국, 증권국 기획관리실 등에서 사무관 시절을 보냈다.

1995년 서기관 승진 이후 벨기에 세계관세기구(WCO) 파견을 다녀왔고, 재정경제부 회계제도과장, 재정자금과장을 지냈다. 2004년 관세제도과장으로 근무할 당시 재경부 직장협의회가 뽑은 '닮고 싶은 상사'에 뽑히기도 했다.

2005년 관세청에 복귀해 국세공무원교육원 교수부장과 인천·경기지역본부세관장, 관세국경관리연수원장을 거쳐 지난 2008년 7월부터 서울본부세관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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