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조세 > 내국세

[숨막히는 밀수현장 뒷얘기]

양파 단속 달인은 양파 까는 소리를 듣는다(?)

  • 보도 : 2010.08.16 10:13
  • 수정 : 2010.08.16 10:13

지난 2008년 '전 세계가 먹거리 비상'이란 제목으로 중국산 유제품 멜라민 사건이 연일 언론 에 대서특필되고, 국내에서는 납이 함유된 중국산 김치 사건에 대한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유명 식품회사의 '쥐머리 새우깡 발견' 사건으로 온 국민이 또 한번 충격을 받는 등 먹거리에 대한 국민 불안이 가중되던 무렵 서울본부세관에 한 통의 제보가 들어왔다.

"○○○ IC 주변 비닐하우스 촌에서 중국산 양파를 국산으로 둔갑한다."

불량 중국산 먹거리로 국민의 식탁이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 속에 서울세관 밀수 수사팀의 수사가 시작된다.

□ 중국땅 만큼이나 넓은 비닐 하우스촌

제보 현장을 가보니 비닐 하우스는 수백여개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인근 지역은 농원, 주거지, 창고, 차고 등 용도가 다양한 곳으로 간판이나 주소는 확인할 수 없었다.

특히 비닐 하우스는 사용자들만이 출입하고 외부인 출입이 드물어 접근이 용이하지 않아 원산지를 둔갑하는 범죄 현장을 포착하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 사진-인공위성사진으로 본 비닐하우스촌

우선 제보 지역인 집단 비닐하우스촌을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탐문 수사를 시작하고, 팀원 회의를 통해 수백여 개의 비닐하우스 중 원산지 둔갑 혐의 장소를 선별한다.

내가 범인이라면 어떤 곳에서 비밀 작업장을 운영할까? 팀원 각자가 범인의 입장에서 양파 원산지를 둔갑하는 비밀 작업장으로 적합해 보이는 비닐 하우스를 선별해 100여 곳이 우선 감시대상으로 선정됐다.

□ "범인은 항상 범죄현장 주변에 증거를 남긴다"
 
100여 곳을 감사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작성한 '양파 감시 지도'. 감시가 쉬운 위치별로 혐의 장소를 크게 3등분으로 나누고 수사팀을 2인 1조로 편성해 오전, 오후 교대로 감시를 시작했다.

비닐 하우스에서 양파 원산지 둔갑 작업을 한다면 근처에 관련된 물품들이 있게 마련이다. 수사팀은 비닐 하우스 주변에 양파 찌꺼기, 포장용 비닐, 종이 박스 등이 있는지 살펴보고 주변 주차 차량도 감시했다.

포장 박스와 비닐 등에 인쇄된 상호, 전화 번호와 차량 차적조회로 인적사항 등을 파악하고, 이를 활용해 제보 지역 내 부동산 임대 여부와 농산물 업자 및 농산물 판매상과의 연관성을 분석해 혐의 대상을 다시 40곳으로 압축했다.

팀원 회의를 통해 밀수 단속팀은 그동안 파악한 40곳의 비닐하우스에 대한 감시를 계속 진행하면서 유사 사건의 범죄 수법 분석 및 시중 유통시장의 동향을 파악한 후 앞으로 수사방향을 결정하기로 한다.

□ 중국산 양파는 뭔가 다르다(?)

최근 수년간 양파 관련 사건들의 유형과 범죄 수법을 분석하고 농수산물 시장의 최근 양파 유통 동향을 수집한 결과 수사팀은 앞으로 수사방향을 결정할 중요한 단서를 얻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첫째, 양파껍질을 벗기는 작업은 손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air compressor)로 한다. 이유는 임금을 절감하고 작업시간을 단축해야 적발 될 위험이 적기 때문이다

둘째, 국산으로 둔갑된 '깐 양파'는 비닐 하우스에 보관하지 않고 즉시 반출해 시장으로 운송한다. 이유는 비닐 하우스에 보관할 정도로 공간이 넓지 않고 단속이 실시되면 적발 수량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셋째, 중국산 양파는 대개 빨간색 망에 포장되어 있고 국산 둔갑된 양파는 투명 비닐포장에 담겨 있다.

□ "양파 까는 소리가 들린다"

일주일 동안 비닐하우스 40곳에 대해 잠복, 탐문수사를 해보니 '쉬익~ 취~익, 쉬익~ 치~익' 하는 에어 컴프레셔 소리가 도처에서 들려 왔다.

또 주변에 산재되어 있는 양파 껍질을 발견하고, 비밀 작업장 32곳을 최종 단속대상으로 선정했다.

비밀 작업장은 자연생태공원 옆에 위치해 인적이 드물고 주변은 창고, 작업장, 농원 등으로 야간과 휴일에 인적이 드물어 감시가 어려운 입지적 특징을 가졌다.

사건 특성상 비밀 작업장은 수시로 상호 연락을 하고 있어 이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은밀히 감시할 필요가 있었다.

수사팀은 때론 등산복을 입고 산책하는 주민을 가장하기도 하고, 여직원을 동행해 생태공원 데이트족을 가장하는 등 다양한 연출을 통해 비밀 작업장별 중국산 양파 입고시간, 국산 둔갑 작업시간 등을 확인하고 증거를 채증하면서 단속계획을 차근차근 완성해 나갔다.

□ 현장 포착의 두려움‥"물품이 쌓여있어야 한다"

일제단속은 원산지를 둔갑하는 현장 포착이 중요하다. 매일 작업이 이뤄지고 수시로 국산으로 둔갑된 양파가 출고되기 때문에 만약 현장을 덮쳤을 때 모든 작업이 끝나 출고된 상태로 비밀 작업장에 물증이 없다면 낭패다.

많은 양의 양파가 국산으로 둔갑되는 현장, 국산으로 작업돼 출고되기 직전인 물품이 쌓여있는 현장이 필요하다.

수사팀은 유통공사가 수입한 중국산 양파를 전국 지부별로 매주 정기적으로 2~3회 공매를 시행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유통공사의 양파 공매량과 농산물 시장의 양파 출하량을 비교 분석했다.

매일 유통공사의 홈페이지를 통해 공매량을 확인하고 농산물시장의 국산 양파 출하량을 비교 분석한 결과, 가장 낙찰량이 많은 날의 다음 날을 '디데이(D-day)'로 선정했다.

□ 중국산 양파가 국산으로 바뀌는 현장 '포착'

양파 업자들은 한번 단속한다는 낌새가 나면 그 일대 모든 지역에서 작업을 멈추고 소나기는 피해간다는 심정으로 일제히 자취를 감추기 때문에 그동안 공들였던 것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서는 철저한 보안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수사팀은 단속 당일에야 단속 직원들에게 그간의 수사 내용과 단속 요령 등을 알려주고 비밀 작업장으로 출동했다.

현장에 도착하니 여느 때와 같이 '양파 까는 소리'가 들리고 중국산 양파를 담았던 붉은 자루는 한구석에 쌓여있었다. 바로 붉은 자루에 담겨 있던 중국산 양파가 껍질이 한번 벗겨지고, 투명 비닐에 담기는 순간 국적도 한국으로 바뀌는 현장을 포착한 것.

혐의자들은 처음엔 무슨 일인지 영문을 모른다는 표정으로 시종일관 혐의점을 부인하다가 이미 내용을 파악한 단속 직원들이 현장 곳곳에서 포착한 물증과 수사 내용을 들이대자 모든 범죄 혐의점을 시인했다.

이들은 중국산 양파껍질을 벗길 경우 국내산과 구별하기 힘든 점과 국산으로 둔갑 판매할 경우 2배 이상의 폭리를 취할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것이었다.

수사팀은 판매업자 4개 조직을 검거하고 국산 둔갑된 중국산 양파 12톤을 압수했으며, 추가로 관세포탈 혐의 67톤을 적발하기도 했다.

주요기사

  • 출생 :
  • 소속 :
  • 학력 :
  • DID :

상세프로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