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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막히는 밀수현장 뒷얘기]

밀수조사 초년병의 좌충우돌 입문기

  • 보도 : 2010.08.09 09:00
  • 수정 : 2010.08.09 09:00
세관을 거치지 않고 해외에서 몰래 들여오거나 내다 파는 '밀수(密輸)'는 우리 국민들을 옭아매는 치명적인 불법 행위다.

적법한 통관절차를 거치지 않는 밀수가 성행할 경우 탈세를 통해 국가 재정을 축낼 뿐만 아니라, 경제활동을 교란시켜 시장의 질서를 무너뜨리기도 한다.

마약이나 총기류, 검역을 거치지 않은 농수산물, 불법 의약품 등은 사회안전과 국민건강을 직접적으로 해칠 수 있다.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짝퉁'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된 일이다.

우리 주변에서 밀수의 폐해는 의외로 가까이에 있지만, 세관 직원들이 밀수범들과 벌이는 치열한 현장은 잘 드러나지 않아 멀게만 느껴진다.

그동안 범죄수법과 수사기법 노출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숨겨져 왔던 그들의 숨막히는 추적현장을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의 협조를 얻어 최초로 공개한다.<편집자주>

'○○○메탈'이란 이름도 생소한 단어를 들을 때는 세관 입사 약 8년차인 A조사관이 조사분야에 갓 입문한 지 2주일쯤 지나서인 2009년 3월 중순 무렵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A조사관은 수입 및 휴대품 통관 등 행정업무만 했는데, 그 이유는 부모님과 선배들이 "조사가면 사람 버린다"며 웬만하면 가지 말라고 해서 안가고 버티다가, '어차피 언젠가는 할 것 젊을 때 한번 해보자'고 들어와 밑에서부터 배우기 시작할 때이다.
   
관세청 외환조사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조사경력 20년의 이모 계장, 갑자기 사무실에 들어오시더니 조용히 조사 10년차인 이모 수석반장, 그리고 신출내기 조사직원인 A조사관과 같은 처지(?)인 신출내기 동료직원 신모 반장을 불러모았다.
   
"이거 만드는 회사가 중국으로 커튼치기 밀수출과 재산도피를 한다는군"이라며, 정보원으로부터 받은 제보내용을 살며시 꺼내놓는다.

□ "누가 나쁜 놈, 뭐가 문제일까?"‥조사분석 단계

우선 제보내용을 토대로 사실이 맞는지 기본적인 정보분석에 돌입했다. 해당업체는 '○○○메탈'이란 신소재로 중국 현지공장을 통해 휴대폰부품 등을 임가공한 후 해외 완성품업체에 공급하는 외투기업이고, 비슷한 상호의 또 다른 업체도 발견했다.
  
관세청 'CDW(통합정보분석시스템)'를 통해 수출입실적과 외환지급 및 영수실적 등을 비교·분석한 결과, 수석반장은 엑셀자료를 보면서 밀수출이 맞다고 직감했다.

중국 현지공장에 임가공을 위해 수출한 실적은 미화 174만3000달러임에도 불구, 임가공 후 수입한 실적은 미화 1885만4000달러로서 금액차이가 너무 커 상당부분이 밀수출로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원재료를 제공하는 임가공의 경우 현지 가공비 수준만 가격이 올라가야 되는데, 가격차이가 너무 난다는 설명이다.

□ "확실히 문제 있다. 더 파보자"‥'내사착수'
 
초년병 A조사관은 혐의자의 주변인 조사를 위한 가족관계증명서, 혐의자의 출입국내역, 중국 현지공장의 D&B 보고서, 혐의자와 제품 관련 각종 인터넷 정보,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 등을 샅샅이 조사했다.

내사단계에서는 혐의내용과 관련된 접근가능한 모든 자료를 수집해 혐의내용을 구체화, 객관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혐의자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보안을 유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

조사팀은 혐의업체가 외투기업이고 혐의내용 또한 밀수출과 재산도피 등 '중요범죄'이기 때문에 압수수색이 아니고서는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찾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우선 제보자와 계속 접촉하면서 혐의내용과 관련한 증거서류 확보에 주력했다.

또한 제보자로부터 혐의업체가 발행한 수취인이 다른 '이중 인보이스'와 밀수출을 도와준 운송업체에 대한 정보를 확보했다.

□ 두근두근 압수수색, 그러나 위기상황 발생

약 50여일에 걸친 내사기간을 거쳐 압수수색을 위해 혐의자의 사무실과 자택에 대한 소재수사와 이메일 서버에 대한 IP추적까지 거친 후, 검찰에 압수수색영장 및 혐의자 출국정지 신청을 접수했다.

담당검사의 지휘를 거쳐 영장전담판사가 서명한 압수수색영장을 찾아왔고, 10명이 총출동해 사무실과 자택으로 압수수색을 실시해 증거자료를 확보했다. 

그런데 우리 수석반장 얼굴 표정이 별로다. 이유는 이 회사의 서버가 회사 안에 있는데, 이를 관리하던 용역회사는 '잠수(?)'를 탔고, 1명밖에 없는 서버 관리직원도 서버에 있는 자료를 어떻게 다운로드받아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혐의업체 압수수색시 서버에서 이메일 자료 등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인데, 회사 직원이 모른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 원격으로 서버 접근, 이메일 자료 확보‥"돌파구는 있다"

수석반장이 전산직원의 동의 하에 직접 이렇게 저렇게 해보다가 뭔가 됐다는 신호를 해왔다.

수석반장은 일단 서버에서 중요한 데이터를 수작업으로 샘플링을 하여 다운받고, 서버 메모리용량 및 접근시간, 각종 폴더 상태 등을 확인해 다른 사람이 접근해 자료를 지울 수 없도록 했다.

이후 혐의업체 동의 하에 원격으로 서버에 접근해 자료를 다운로드받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혐의업체는 MS윈도우2000서버를 운영하였는데, 업체 대표의 동의 하에 서버 IP, ID, 비밀번호 및 원격제어프로그램설치를 통해 관세청 서버관리팀 및 전산업체의 자문을 거쳐 원격으로 업체 서버에 접근하는 방식으로 이메일 자료 등을 확보했다.

□ 압수자료 검토, 험난한 '퍼즐 맞추기'

압수한 자료를 전산, 회계, 무역 등으로 나눠서 보고 다시 교차로 살펴보기로 했다. 그런데 봐야할 양이 너무 많다. 직원 10명이 가서 중견 회사 2곳을 압수 수색했으니 자료가 많을 만은 했다.

압수한 자료를 분석하기 처음 1주일... 직원 4명이 모두 매달렸지만 찾아낸 게 없었다.

이때 계장이 "처음에는 회사에 대한 인식도 없고 서류가 생소해서 안 보이는데,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 보다보면 보인다"며 용기를 북돋았다.

며칠 후 수석반장이 이메일에서 밀수출 및 재산도피의 정황을 찾았고, 옆에 있던 신반장도 서류에서 밀수출 관련 운송장 등을 찾았다. A조사관도 밀수출 및 밀수입관련 자료를 찾았다.

약 20여일간의 압수자료 검토를 거쳐 혐의업체가 벌인 범죄행각의 증거들을 퍼즐 맞추듯 차례로 맞춰가고 있었다.

증거자료는 ①밀수출 및 밀수입관련 내역 ②운송장 ③재산도피관련 이중 인보이스 및 팩킹리스트 ④국내에서 받을 수출금액을 미국 본사계좌로 입금하게 한 공문 및 이메일 ⑤재산도피금액을 다시 허위의 무역서류를 만들어 은닉한 자금세탁한 자료 ⑥중국 현지공장에 운영경비 등을 송금하면서 해외투자하지 않은 내역 ⑦환치기로 중국에 송금한 내역 등이었다.

결국 참고인과 피의자 조사를 통해 관세법 위반에 대해서는 고발서, 기타 사건은 송치서를 작성해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는 것으로 초년병의 첫 조사는 마무리됐다. 위반규모는 93억5114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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