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전문자격사 시장 선진화방안 공청회' 에 패널로 참가한 송춘달 세무사(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
세무사 업계의 대표적 '논객(論客)'…사익보다 공익 추구해 온 전문가
서면 세무상담으로 자신의 답변에 책임을 지는 '명품세무사'
세무사고시회장, 세무사회 감사, 세무사회 부회장(단독선출직), 중부지방세무사회장, 서울지방세무사회장, 세무사회 세무연수원장…. 송춘달 세무사의 이력서에는 그가 역임해 온 수 많은 회직(會職) 이력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송 세무사가 이처럼 많은 회직에 봉직한 이유는 하나다. 세무사 제도와 업계의 발전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그의 평소 소신을 직.간접적으로 쏟아낼 수 있는 '창구'이기 때문이다.
송 세무사는 세무사라는 전문자격사로의 유명세보다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업계, 그리고 자신과 동료 세무사들 주위를 감싸고 있는 울타리인 세무사 제도의 발전에 최우선을 두고 헌신하는 길을 선택했다.
사익(私益)보다는 공동의 이익을 우선하는 소신을 가진 세무사. 세무사 업계와 제도발전 역사를 꿰뚫고 있는 산증인, 그가 바로 '송춘달' 세무사다.
□ 무수한 회직 경험, "세무사 제도발전 이바지 보람"
송 세무사는 지난해 초 세무사회장 선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세무사 업계와 제도의 발전을 위한 마지막 봉사의 기회라고 생각한 끝에 어렵게 내린 결단이었다.
그러나 그의 도전은 좌절됐다. 사실 좌절됐다는 표현은 적절하지가 않다. 송 세무사 스스로 도전의 뜻을 접었기 때문이다. 강력한 맞상대였던 조용근 현 세무사회장이 국세청장 하마평에 오르면서 송 세무사는 출마포기를 선언했다.
국세청장 하마평에 오른 훌륭한 리더와의 경쟁이 업계의 단합과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음지(陰地)에서 조용히, 그리고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며 업계 발전을 도모하는, '백의종군'을 선택한 것이다.
당시 세무사 업계에서는 송 세무사의 결단에 많은 박수를 보냈다. 욕심을 버리고 뒤돌아선 송 세무사의 아름다운 뒷모습에 보낸 박수였다.
송 세무사가 세무사 업계와 제도발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지난 1987년 세무사고시회장을 맡으면서부터. 이후 단독선출직 세무사회 부회장에 당선(3회 역임)되면서 세무사 제도 발전에 뚜렷한 족적을 남기기 시작했다.
송 세무사는 자신의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1987년 한국세무사회 정기총회가 끝나갈 무렵, 젊은 세무사회원 한 사람이 '긴급동의안'을 제안했다. 송춘달 당시 세무사고시회장이었다.
그의 주장은 세무사회 내에 세무사제도개선추진위원회와 예산결산심의위원회를 설치하여, 제도개선과 예산결산에 본회임원 이외에 능력 있는 일반회원을 다수 참여시켜 적극적인 제도개선과 예산결산의 투명성을 높이자는 것. 세무사회는 송 세무사의 제안을 받아들여 그 해부터 두 개의 위원회를 설치하고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1998년에는 1995년부터 폐지되었던 기장세액공제를 부활(100만원 한도)시켰다.
"세무사에게는 개인사업자의 기장유인역할을 하고 있던 기장세액공제가 폐지되어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나, 당시 정부는 소득세가 신고납부제도로 전환되어 기장은 납세자의 당연한 의무이므로 이론적으로는 기장세액공제가 불가능하며, 기장세액공제를 부활하면 수 백억원의 세수가 줄어든다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었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구종태 전 회장님과 함께 당시 재경부와 국세청 간부들과 회담(소위 4자회담)을 성사시켜 기장세액공제를 부활하면 기장확대로 더 많은 세수가 확보될 수 있다고 설득했습니다."
결과는? "기장세액공제 부활이라는 열매를 세무사 업계에 가져다주었습니다. 당시 상황에 대한 기억이 생생합니다. 정말 업계를 위해 보람 있는 일을 해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송 세무사는 같은 해 역시 1995년부터 소득세법과 법인세법에서 기업회계 우선 적용으로 개정되었던 것을 다시 세법 우선 적용으로 개정하여 세무조정계산서 작성업무를 더욱 확고하게 하였으며, 1999년 세무사법 개정시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개별공시지가에 대한 이의신청대리와 조세에 관한 신고서류 확인업무를 세무사의 직무에 포함시키는데 성공한 기억도 잊혀지지 않는다.
지난 2000년에는 수정신고범위를 확대하고 경정청구기간을 2년으로 확대하는 국세기본법개정을 이끌어 냈으며, 국세청을 설득시켜 '세무대리 업무처리규정'을 '세무대리업무에 관한 사무처리규정'으로 개정하여 수임상황보고 등 7종의 자료제출폐지, 겸직확대, 세무사 평가규정 등의 폐지를 이끌어 낸 것은 송 세무사가 주도적으로 이끌어낸 세무사 제도 개선의 '백미(白眉)'로 현재에도 평가를 받고 있다.
2002년에는 회원 수의 급격한 증가에도 불구하고 세무대리 시장확대가 한계에 처해 있으므로 세무사 겸직규정을 대폭 완화하여 공무원이나 개인기업의 사용인, 영리법인의 상근임직원만 제외하고는 제한 없이 겸직이 가능하도록 세무사법을 개정하였다.
그러나 세무사로서 공인회계사, 공인중개사, 감정평가사 등 기타 자격을 가진 경우 이중사무소를 설치할 수 없게 규정하였다. 그 이유는 별도의 사무소를 허용할 경우 공인회계사와 변호사 등이 모두 그들 사무소 외에 세무사사무소를 별도로 설치하게 되면 세무대리 시장은 초토화가 될 것이므로 송 세무사의 노력으로 전문자격사는 1인1사무소(동일장소)에 한해 겸직이 가능하도록 된 것이었다.
이외에도 무수한 성과물이 널려 있다. 일일이 다 소개를 하고 설명을 듣자니 저녁 나절이 되어도 모자를 것 같다는 생각에 중간에 말을 끊었다.
"이런 일을 발벗고 나서 한 이유가 있습니까?" 대답은 간단했다. "모든 면에서 문제의식을 가지고 바라보면서 우리 업계와 후배를 위하는 일 아니겠습니까. 누군가는 해야죠. 그래도 우리 회원들이 (저를)전폭 지지해준 덕분에 이런 일이 가능했다고 믿고 있습니다(웃음)."
□ 세무사 업계의 대표적 '논객(論客)' 송춘달 세무사
송 세무사가 20여년간 회직에 봉직하며 세무사 업계 및 제도 발전에 열정을 쏟아 부은 사실은 어지간한 세무사들은 잘 알고 있는 일이다. 송 세무사는 대외적으로도 세무사 업계의 대표 '논객(論客)'으로도 유명하다.
송 세무사는 세무사 제도는 물론 조세문제와 관련한 TV방송 등 각종 토론회와 세미나 등에 세무사 업계 대표선수로 출전하는 단골 패널이다. 그가 패널로 참가해온 토론회 및 세미나 등은 지난 십 수년간 50 여회를 훌쩍 넘는다고 송 세무사는 귀띔했다.
'말'을 할 기회가 안되면 글로 썼다. 세무사 제도와 조세문제에 대한 그의 철학과 문제의식을 적은 언론기고문도 1백 여회를 넘을 정도다. 언론 등을 통해 자기의 주장과 생각을 펼치는데 소극적인 세무사들이 대부분인 업계의 현실을 감안하면 송 세무사의 활동은 '군계일학(群鷄一鶴)'이나 다름없다.
□ '세무사 송춘달'로서의 '삶의 역정'
송 세무사는 1969년 9급 공채시험에 합격해 국세청에 입사해 7년 동안 국세공무원 생활을 했다. 퇴직할 당시 그의 직급은 7급. 7년만에 2계급 승진이면 무척 속도감이 느껴진다.
"국세청부기 1급.2급 자격, 세무사 시험 1.2차 시험 모두 합격한 우수한 공무원이었습니다." 보기 드문(?) 자기 자랑에 송 세무사는 머쓱해 보였다.
"당시 국세공무원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그랬어요. 심성 곧은 젊은 국세공무원들이 견디기가 여간 어렵지가 않았습니다. '세무공무원' 하면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부정적 사회분위기 속에서 공직생활을 한다는 것이 너무 부담스러웠습니다."
따가운 사회의 눈총속에 고민하던 30대의 젊은 송춘달 세무조사관에게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온 것은 1976년. 삼성섬유라는 회사의 경리부장으로 재직해 보지 않겠느냐는 제의에 덜컥 사표를 내고 이직을 했다.
그러나 회사생활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1977년 7월 부가가치세가 도입되면서 당시에는 극소수였던 젊은 세무사로 납세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더욱 보람 있는 일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다시 무작정 사표를 내고 그 동안 모아놓은 돈을 탈탈 털어 개인사무소를 열었다.
이후 그렇게 3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혈기 왕성하게 이리 뛰고 저리 뛰던 젊은 세무사 송춘달은 빛 바랜 사진 속에만 남았다.
송 세무사는 매일 아침 9시경이면 어김없이 서울 장안동 사무실로 출근한다. 주말과 휴가 등을 제외하고는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은 날이 거의 없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송 세무사 스스로 "저는 개근상감입니다"라고 말하는 이유가 다 있다.
평일에 가끔 고객들과 필드(골프)를 나가기도 한다. 그러나 오전 부킹이 아니면 정중히 거절한다고 한다. 오후에는 사무실로 돌아와 업무를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세무사로서의 그의 '철학'은 납세자들이 실수든 몰라서든 억울하고 부당하게 세금을 내지 않도록 합법의 테두리 내에서 최선을 다해 도와주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뻔한 대답같지만 세무대리인으로서 지니고 있어야 할 가장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원칙이다.
송 세무사에게 세무업무를 의뢰하고 있는 납세자의 수는 사실 그의 경력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그러나 오랜 시간 인연의 끈을 이어온 '진짜 고객'들이다. 이들 중 상당부분은 규모가 큰 외감 및 상장법인이고, 개인사업자의 약 80%는 재력을 갖춘 부동산 임대사업자로 대부분 30여년간 인연을 이어온 고객들이라고 송 세무사는 전했다.
그의 고객 관리 방식은 솔직하고 원칙적이면서 독특하다(?).
"세무사로서는 참으로 권하기가 쉽지 않은 것인데…. 탈세가 아닌 절세를 하면서 성실한 납세를 해야 한다고 항상 조언합니다. 한 가지 이야기를 해 드리죠. 제 고객 중에 임대부동산을 많이 보유한 고객이 계신데 제가 수임한 30여년 동안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3번 받았으나 추징실적이 영(0)이었습니다. 부동산임대 사업자로는 드물게 국세청으로부터 모범납세자로 선정돼 상까지 받았죠. 믿어지십니까?"
가끔 고객들이 "송 세무사가 너무 원칙대로 해서 세금을 많이 내게 만든다"는 핀잔 아닌 핀잔을 듣기도 한다고 송 세무사는 전했다. 그러나 송 세무사의 소신을 꺽지는 못한다. 그 소신을 잘 알고 믿기 때문에 고객들은 송 세무사를 떠나지 않는다.
"영세한 납세자에게는 자가용으로 아스팔트길을 편하게 달리면서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세금은 내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고, 부유한 납세자에게는 부정한 방법을 동원하면 당장은 세금을 적게 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한꺼번에 모아서 내는 것은 물론 사회적으로 망신까지 당하지 않겠느냐고 설득시키면 고객들이 이해를 해 줍니다. 세금을 정당하게 내도록 유도하는 노하우입니다.(웃음)"
후배 세무사들이 참고할 만한 송 세무사만의 특별한 세무대리 노하우 하나를 소개해달라는 부탁의 말을 건넸다.
"수임업체가 아닌 일반 세무상담이라도 수임업체 이상으로 친절하게 답변해야 합니다. 세무사들은 질문을 많이 받아야 여러 가지 세금문제에 대해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이들이 나중에 업무를 의뢰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죠. 보수를 받는 수임업체 고객들에게는 죄송하지만."
또 한 가지. 송 세무사는 의뢰 받은 세무상담 등은 보수 유무를 불구하고 대부분 '서면'으로 답을 해주는 방식을 고수한다고 전했다. 말로 답하면 차후에 오해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는 차원이지만 자신의 답변에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 에필로그, 뼈 있는 '여담'
인터뷰가 마무리되어 갈 무렵, 조세전문가로서 국가 조세정책에 대한 조언 한마디를 부탁했다. 거침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자영업자들의 경우 세금을 될수록 안 내려는 경향이 많은 것 같습니다. 영세사업자라도 자기가 번 소득에 대해 단돈 얼마라도 낼 수 있게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만들어 졌으면 합니다. 또한 세금이 '응징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그런 측면에서 비사업용토지와 1가구 다주택자 등의 중과세율과 과중한 가산세제도는 개선되어야 합니다."
재빨리 주제를 바꿨다.
"또 다시 세무사회장에 도전하실 건가요?" 원하는 대답(?)은 확실하게 돌아오지 않았지만 기회가 주어지면 고민을 해 보겠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최근에 세무사 업계와 제도의 미래를 걱정하는 젊은 세무사들이 많지 않은 것이 몹시 아쉽습니다. 또한 여전히 정치인이나 고위직 출신에게 세무사회의 장래를 기대하는 풍토가 남아 있는 것도 못내 안타까울 뿐입니다."
지난해 10월부터 한국세무사회 연수원장을 맡아 재직하고 있는 송 세무사는 그 동안 부동산 세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등 10여편의 논문과 언론에 기고했던 원고들을 추려서 책을 한 권 내고 싶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