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억울한 일은 해결할 길 있어야…조세그룹 잘나가서 '부담'
인재를 향한 끝없는 갈증…"인성과 정의감 갖춘 인물 원해"
율촌의 자랑은 협력정신 … 믿고 일 맡겨 달라
좋은 인재는 스스로 타고나는 부분도 있지만 어떻게 발굴해서 제 몫을 하도록 해주는 것도 커다란 조직운영에는 필수요건이다. 축구선수 박지성이 히딩크 감독에게 발탁돼 유럽무대를 밟았고, 퍼거슨 감독을 만나 잉글랜드 최고의 팀에서 뛸 수 있는 것도 같은 맥락.
현역 변호사시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조세변호사로 명망을 높이다 법무법인 율촌의 CEO로 거듭난 우창록 대표변호사 역시 히딩크 감독이나 퍼거슨 감독과 충분히 견줄만한 인물이다.
법무법인 율촌에 회사법, 금융, 조세, 소송 및 지적재산권 등 기업활동 전 분야에서 당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여 율촌이 최고의 르네상스 시대를 맞고 있는 것은 그 곳의 중심에 우창록 대표변호사가 있기 때문이다.
우 변호사를 제대로 소개하기 위해 만나 인터뷰가 진행된 시간동안 그에게서 일체의 권위의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의 맑은 눈빛에서는 진실이 담긴 강한 흡입력이 느껴졌고, 그를 발가벗기기 위해 만난 기자가 오히려 발가벗겨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 조세그룹 잘나가서 '오히려 부담스럽다'
법무법인 율촌에서의 조세그룹은 대외에서 최고로 평가받고 있지만, 우 대표의 입에서 조세그룹에 대한 칭찬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칭찬을 기대하고 “조세그룹에 대한 외부의 평가가 좋다”라는 질문에 대해선 오히려 “부담스럽다”는 말이 들려왔다.
우 대표는 “법무법인 율촌이 조세를 잘한다는 평가는 부담스럽다”며 “실제로는 회사법, 금융, 조세, 소송 및 지적재산권 등 기업활동 전 분야에서 (율촌은)두루두루 잘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세를 잘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조세만 잘하는 것은 아니다. 연혁적으로 제가 조세로 출발했기 때문에 그런 선입견이 있는 것 같다”며 “조세그룹이 또 잘 하니까 그 부분이 부각이 돼서 조세전문로펌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 세상에서 진짜 억울한 일은 해결할 길 있어야
율촌 조세그룹이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은 특별한 비책이 있기 때문이냐는 질문에 “비책인 것처럼 나타나기는 하지만, 사실은 순수한 노력의 결실일 뿐”이라는 원론적인 대답이 들려온다.
그는 “사건을 들고 온 고객을 처음 만날 때 기본적인 몇 가지를 꼭 물어보는데, 그것은 진짜 억울하냐 그리고 어떤 점에서 억울하냐는 것”이라며 “그 설명을 듣고 진짜 억울하다는 공감이 들면 그러면 꼭 해결해 줘야지 하는 의지가 생겨난다”고 했다.
그는 특히 “세상에는 진짜 억울한 일은 해결할 길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며 “그것을 해결하는 것이 전문가들이 해야할 역할이고,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전력투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우에 따라서는 억울한 사정이 반드시 세법 때문이 아닌 경우도 있을 테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지혜를 모아 사실에 대한 인식부터 처음부터 다시 정리해 나가는 것”이라며 “그런 것이 계속 누적되면서 나름 새로운 아이디어가 축적돼 (율촌만의)노하우가 생겨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것과 함께 억울한 경우는 반드시 해결책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율촌은 그것을 찾기 위해 악착같이 일을 한다는 것이 우 대표의 설명이다.
■ 기억에 남는 사건이요? … 현업 변호사에 대한 향수(鄕愁)
우 대표가 조세그룹에 대한 칭찬엔 인색했지만 기억에 남는 소송사건 등을 말할 땐 억울한 납세자를 대신해 법정에서 열정을 갖고 변호하는 현직 변호사에 대한 향수가 느껴졌다.
우 대표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소송사건이 있었느냐고 묻고 당연히 수천억원이 걸린 대형사건에 대한 설명이 들려올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그가 특별히 기억하는 소송은 아주 작은 사건이었다.
그는 “초창기 승소판결을 세무서로 들고 가서 환급신청을 했더니, 세무공무원이 절대 이길 수 없는 것을 무슨 수로 이겼냐고 놀라워 하더라”는 사실을 전하면서 동시에 고마움을 표시한 인천에 사는 어떤 분에 대한 사건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가 기억하는 당시 사건은 어떤 세무사가 “증여세 3억5000만원이 부과된 어떤 부인 사건을 국세심판원까지 갖고 갔지만 기각됐다”며 “이 부인을 꼭 도와줄 방법을 찾아달라”며 갖고 왔던 사건.
남편 단독 명의로 소유하던 목욕탕을 여관과 교환하면서 여관을 이 부인과 공동소유로 등기했다. 그러나 국세청이 나중에 남편이 여관의 1/2을 부인에게 증여한 것으로 보아 증여세를 부과한 케이스다.
우 대표는 “당시 아줌마는 남편과 둘이서 평생 일해서 번 것인데 내가 뭘 증여 받았다는 것인가 억울해 하더라”며 “그런데 이것은 기술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부분이어서 그래서 더 억울해 하더라”고 소개했다.
이 때 우 대표가 발견한 것이 이 아줌마의 손. 우 대표는 “아줌마의 말이 참말인지 거짓인지도 알아봐야 하는데, 손을 보니까 곱게 논 손이 아니고 일한 사람 손이더라”며 “그러면 3억5000만원은 이 사람에게는 너무 큰돈이다 그래서 구제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변호사비로 준비한 돈은 50만원 밖에 없다는 이 아줌마에게서 우 변호사는 염소 기르던 것부터 시작해 바닷가에서 다방을 한 일 그리고 두 부부가 조금씩 재산을 모아 여기까지 왔다는 인생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끈기 있게 들었다.
아줌마가 말한 현장을 누비며 증거를 모아 법정에서 “이 아줌마에게 증여로 처리된 것은 과거 해둔 명의신탁을 현실화시킨 것일 뿐”이라며 “이 부부가 나눈 재산은 둘이 맨손으로 일해서 일군 재산”이라는 논리를 전개했고, 결국 승소판결을 이끌어냈다.
그는 “그런 것은 사실은 억울함을 풀어준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신나는 일”이라며 “그 사건을 수임하여 처리하는 과정에 우리로서는 노하우의 출발점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 사건을 설명할 때의 그는 법정에서 논리정연하게 판사들을 설득하는 현역 변호사로 돌아가 있었다.
■ 인재를 향한 끝없는 갈증…"인성과 정의감 갖춘 인물 원해"
우 대표는 또 국내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대형로펌 CEO답게 최고의 전문가를 영입하고 싶어하는 인재에 대한 끝없는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어떤 인물들이 율촌에 합류하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을 던졌을 때 그의 눈빛은 강렬하게 타올랐다.
그는 공부만 잘하는 사람을 뽑지 않는다. 여러 가지를 보지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인성’이라고 말한다.
그는 “법률가로서 기본소양은 확실하게 갖추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며 “리갈마인드가 제대로 안된 사람은 아닌 것 같고, 리갈마인드가 확실하면서 여기에 인성이 보태진 사람이 율촌이 원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가 말하는 인성은 명쾌하게 설명된다. 우 대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성은 협력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남과 더불어 일할 수 있는 사람이다. 또 남의 말을 듣고 배려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며, 정말 잘해보겠다는 의지도 투철해야 한다.
그는 특히 “당연히 법률가로서의 정의에 대한 소명감도 있었으면 좋겠다”며 “적당히 때우고 가겠다는 사람은 안된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서는 “논리적으로 좀 따질 줄 알아야 한다. 관심이 있고 뭔가 구체적으로 결론을 얻고 분석할 것은 분석하고 종합할 것은 종합하고, 철저히 분석해서 해결책을 멋지게 종합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언제든지 OK”라고 인재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율촌에 훌륭한 인재들이 많은 이유에 대해선 “제가 복이 많아서 그렇습니다”고 겸손해하면서도, “(추천이 들어와도)제가 면접을 봐서 걸러내는 경우도 있다. 해보려는 열정, 의지는 참 좋은 자산”이라고 했다.
■ 특유의 보상체계…결국은 고객을 위한 제도
법무법인 율촌은 일을 가져온 사람이 무조건 나서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이 그 일을 하도록 제도화시킨 특유한 보상체계를 갖고 있다. 인센티브 기준이 누가 일을 가져왔는지가 아니라 그 일을 누가 해결하는데 기여했느냐는 것.
특유한 보상체계를 가진 이유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우 대표는 다른 이야기로 설명을 한다.
그는 “외국에서는 로펌들이 고객을 위해 최상의 결과를 도출해 줄 수 있는 방법을 지향한다”며 “이는 아주 좋은 접근이고, 저는 이것을 변호사 시보를 하던 아주 젊은 시절 체득했다”고 말했다.
당시 어떤 변호사가 자신에게 해결해달라고 들어온 오랜 고객의 사건을 다른 변호사인 우 대표의 지도변호사에게 의뢰하는 것을 보며 충격을 받았다는 것.
그는 당시 “저게 진짜 고객을 위하는 방법이구나 했다”며 “그 변호사는 자신이 맡은 사건을 다른 변호사가 훨씬더 잘 다룰 수 있다고 믿고 그렇게 한 것이다. 이게 진짜 고객을 위한 변호사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회고했다.
우 변호사는 “우린 개별적인 성공보수는 없다”며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종합평가에서 다 반영해서 보상도 해드리고 한다. 종합적으로 보면 자기가 하는 일이니까 자기역량을 키워 나가는 것이니 보상은 나중에 종합해서 하는 것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율촌 구성원 가운데 누가 일을 가져왔든 그 일이 맡겨진 것은 “일을 잘 해결해 달라”는 뜻이 담긴 만큼, 어떻게든 그 일을 잘 해결할 사람을 골라 해결해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고객과의 관계유지 등 일을 가져온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는 의미로 들렸다.
■ 율촌의 자랑은 협력정신 … 믿고 일 맡겨 달라
현재의 고객 또는 앞으로의 고객에게 하고 싶은 말에 대해선 “율촌의 자랑은 제도적으로 그 일을 당시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그 일을 하기로 하는 그런 정신. 바로 협력정신”이라고 강조했다.
고객이 일을 의뢰했을 때 처리하는 방법은 ▲자기가 하던지 ▲제일 잘하는 사람을 찾아서 부탁하던지 ▲그 중간형태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당시 시간이 있어서 할 수 있는 사람 중에서는 그 일이 전문인 사람에게 일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자랑이라는 것.
우 대표는 “고객의 입장에서는 고객의 일을 자기 일처럼 관심 있게 다뤄줄 변호사가 필요할 텐데 율촌이 그런 곳”이라며 “가장 잘하는 일을 최선을 다하려고 하니까 신뢰하고 일을 맡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율촌은 고객을 이해하는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고, 신뢰하는 로펌”이라며 “이익을 해치는 일은 절대 안 한다는 점을 알아달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