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스왑예금 과세싸움…선행 판결 뒤엎어
법무법인 율촌 조세그룹이 다른 로펌보다 경쟁력을 인정받는 이유는 다른 명망 있는 로펌들이 사건을 처리하다가 포기한 사건을 이어받아 결과를 역전시키거나, 다른 로펌들이 수행해 패소한 같은 종류의 사건을 같은 법원에 들이밀어 결과를 뒤집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90년 후반 IMF 금융위기 당시 모 대기업 회장이 자회사인 금융기관에서 횡령한 돈에 대해 국세청이 금융기관에게 원천징수의 책임을 물어 과세한 사건 그리고 은행권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엔화스왑예금에 대한 과세가 그 케이스다.
▲ 패소사건 항소심 통해 승소…역전의 명수 닉네임 얻다
금융기관의 대주주이자 대표이사 회장이던 모 그룹의 前회장은 지난 1997년 회사자금 60억3000만원을 인출해 유용하고, 해외면세지역에 펀드를 위장 설립해 1억불을 송금한 뒤 8000만불을 4개회사에 대출한 것이 지난 2000초 이뤄진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드러난다.
국세청은 당시 이를 회장이 횡령한 것으로 간주하고 손금산입으로 유보처분함과 동시에 대표자 상여로 소득처분했으며, 소득금액변동통지를 통해 금융기관에게 관련 원천징수세액 293억5703만원을 납부할 것을 통지했다.
회사는 세금을 부과한 국세청에 세금을 줄여줄 것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의 길을 선택, 지난 2002년 서울행정법원에 감액경정거부처분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함과 동시에 해당 법조항에 대한 위헌제청신청을 했다.
그러나 회사를 대신해 이 사건을 맡은 유명 로펌은 서울행정법원이 감액경정거부처분 취소소송은 소송대상이 될 수 없다며 '각하'로 처리하자, 사건을 포기해 버린다.
지난 2006년 7월 포기됐다 싶은 사건을 맡게 된 율촌 조세그룹은 "금융기관의 입장에선 회사 대표에게 돈을 떼인 것도 억울한데, 대표가 떼먹은 돈에 대한 세금으로 293억5703만원을 더 날려야 하는 것은 부당한 것 아니냐"는 것에 주목했다.
서울고등법원에서의 항소심 수행 과정에서 율촌은 "대표이사가 횡령하면 법인은 피해자인데, 경영자와 이해관계가 다른 회사가 가해자가 얻어간 소득에 원천징수의무까지 지우는 것은 맞지 않다"는 논리로 재판부를 설득했고, 전부 승소라는 기적을 일궈냈다.
이를 통해 법무법인 율촌 조세그룹은 '조세소송분야 최강자'라는 별명 외에 '역전의 명수'라는 싫지 않은 별명도 갖게 됐다.
율촌 조세그룹 강석훈 변호사는 "과거 1인이 지배하는 오너회사 등의 경제사정 하에서 과거 판례는 정당성을 가질지 몰라도, 지금은 경제사정이 바뀌었다"며 "경영권을 가진 대표자 이해와 회사이해관계가 틀리다. 그런 부분을 감안해 판례가 태도를 바꾼 사건"이라고 했다.
이 사건은 고등법원의 판결을 국세청이 받아들이지 않음에 따라 현재 대법원에 계류돼 있는 상태.
그 사이 헌법재판소는 이 회사가 제기한 위헌제청신청에 대해 "대표이사가 횡령을 통해 이득을 취했을 경우 기업은 손해를 봤음에도 대표이사가 횡령을 통해 이득을 봤기 때문에 법률적으로 세금을 원천징수하도록 한 세법은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헌재의 이 같은 합헌결정이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이 사건에 어떤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대목이다. 율촌 조세그룹이 또 어떤 합리적인 논리로 재판부를 설득하게 될 것인지도 관심이 가는 부분이다.
▲ 엔화스왑예금 과세싸움…선행 판결을 뒤엎다
지난 2005년 국세청은 수조원에 이르는 엔화스왑예금에 대해 과세방침을 정한 뒤 이 상품을 취급했던 은행들에게 고객의 엔화스왑예금을 통한 소득에 대한 원천징수세액을 수정신고할 것을 권장, 은행권의 강력한 반발을 사게 된다.
엔화스왑예금은 고객이 엔화정기예금에 가입함과 동시에 은행은 3～6개월 후(만기시)에 엔화를 높은 환율로 되사주는 선물환계약을 체결, 연 4～5% 가량의 확정수익을 보장하는 신종금융상품.
이 때까지 예금가입자들은 엔화예금에 대한 외견상 금리인 연 0.05% 가량에 대해서만 이자소득세를 납부해 왔을 뿐, 선물환계약에 따른 이익인 3.95%에 대해선 세금을 내지 않았다.
엔화예금거래와 선물환계약이 하나의 통합된 거래에 해당된다면 사실상 예금으로 봐 과세할 수 있지만, 각각 별개의 거래에 해당된다면 비과세를 해줘야 한다는 것이 최대 쟁점이 됐다.
그러나 예금가입자들이 거액재산가로 알려지면서 사회여론은 "세금을 물려야 한다"는 쪽으로 급속히 쏠려갔다.
국세청의 수정신고권유에 은행들이 "차라리 세무조사를 받겠다"는 이례적인 강경입장을 보이자 국세청은 기다렸다는 듯이 곧바로 반발은행들을 겨냥한 세무조사에 착수, 예금가입자 수만명에 대한 소득세와 은행에 대한 원천징수의무불이행 가산세를 부과했다.
이에 대해 은행권은 "국세청은 엔화스왑예금이 파생금융상품으로 위장된 것으로 보고 과세를 했지만, 과세할 수 없는 상품이라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며 "대법원까지 가서라도 우리의 주장이 틀림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강력 반발했다.
국세청 역시 "엔화스왑예금에 대한 과세는 이 땅에 조세정의가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과세"라며, "조세불복을 하는 것은 납세자들이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이지만, 그들의 논리가 바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과세의 정당성에 대한 자신감이 대단했다.
결국 이 사건은 법정소송으로 이어졌고 서울행정법원은 다른 로펌들이 맡아 수행한 초기 20여건의 소송에서 일관되게 국세청의 손을 들어주며 납세자의 완패로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조세소송분야의 강자 율촌 조세그룹이 이 사건을 맡아 나서면서부터 상황은 달라진다.
서울행정법원은 율촌 조세그룹이 맡아 수행한 2건의 소송에서 엔스왑예금을 정기예금의 일종으로 보고 이자소득세를 원천징수한 과세관청의 처분은 적법하다고 앞서 판단했던 20여건의 판결결과를 이례적으로 스스로 뒤집어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율촌 조세그룹은 엔스왑예금은 정기예금과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른 파생금융상품의 일종이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다양한 증거자료를 제시했다.
국세청이 "엔화스왑예금은 은행들이 과세를 피하기 위해 임의로 만들어낸 파생상품 탈을 쓴 정기예금"이라고 과세했지만, 율촌은 "해당 계약은 실제 외환시장에서 형성된 선물환율을 기초로 한 파생금융상품"이라고 반박했다.
고객이 엔스왑예금을 헤지할 경우 원·엔 선물환계약까지 자동 청산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청산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정기예금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른 별도의 계약이고, 따라서 이에 대한 이자소득세 과세는 부당하다는 것이 율촌 조세그룹의 지적.
율촌 조세그룹은 이 과정에서 금융전문가가 아닌 판사에 대해 금융상품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프리젠테이션까지 동원하는 등 총력전을 펼쳤다.
결국 법원 스스로 자신의 판단을 뒤집도록 판사들을 설득하는데 성공한 율촌 조세그룹. 비록 2건의 소송에 불과했지만 그 판결결과는 이어질 수만의 예금가입자들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에 율촌 조세그룹의 성과는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