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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회계캠페인(17)]합병회계'탈세·절세'사이의 곡예

  • 보도 : 2005.11.25 09:06
  • 수정 : 2005.11.25 09:08
기업합병과 관련한 회계처리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마치 '탈세'와 '절세'사이에서 적정선을 놓고 위험한 곡예를 하는 모습이다.

지난 2004년 국민은행과 국민카드의 합병회계처리는 대규모 분식회계라는 금융감독당국의 판단에 따라 결국 은행장이 교체되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또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인수·합병한 기업 101곳 중 회계처리위반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 무려 25곳에 달하며 합병에 대한 전반적인 개요조차 공시하지 않은 기업도 있다.

이는 합병과 관련한 회계처리는 명확하지 않은 기준과 감독 미비로 인해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던 것임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이같이 기업들이 합병과 관련한 회계처리 기준을 지키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지 하나하나 짚어보자.

◆'지분통합법' 현실적으로 적용 힘들어 무용지물

기업 인수·합병회계처리 방법에는 매수법(purchase method)과 지분통합법 (pooling interests method)이 있다.

이 중 지분통합법은 피합병법인 즉, 합병대상 법인의 소유지분이 그대로 승계되는 것으로 주주의 소유지분이 결합전 후에 변하지 않는 다는 가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지분통합법의 경우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만 적용할 수 있도록 제한돼 있는 데다 현실적으로 요건을 모두 총족시켜 적용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분통합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결합참여회사 중 주식발행회사가 결합을 위해 발행한 의결권 있는 보통주식이 상대방 결합참여회사의 의결권 있는 보통주식의 90% 이상과 교환 또는 통합되고 ▲결합참여회사간 자산의 공정가액에서 부채의 공정가액을 차감한 금액의 차이가 중요하지 않아야 하고 ▲각 결합참여회사 주주들 간의 결합전 상대적 의결권 또는 지분율이 결합으로 인해 변동돼서는 안 된다는 3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3가지 요건 중 순자산공정가액 차이가 중요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을 총족시키는 M&A사례는 흔하지 않고, 결합전후 상대적 주주 지분율 변동이 없어야 한다는 요건은 총족시키기 힘들다.

신현걸 카톨릭대학교 교수는 "지난 2000년부터 2003년 사이에 이뤄진 합병거래 중 지분통합으로 구분되는 합병거래는 전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미국의 경우 지분통합법을 이용한 분식회계 가능성 등의 문제가 계속 지적돼 지난 2001년도 회계기준 개정시 폐지했다"고 설명했다.

지분통합법은 장부가액을 적용하기 때문에 공정가액을 적용했을 때보다 매출원가와 감가상각액 등이 줄어드는 등으로 인해 당기순이익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나 배당가능 이익이 늘어나고 주가가 높게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회계처리 기준 '불명확하고 지키기 어렵다'

지배·종속회사간의 합병일 경우에는 종속회사의 자산과 부채를 장부가액으로 승계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기업인수합병 등에 관한 회계처리준칙에 '지배·종속회사간 또는 종속회사간 합병은 연결재무제표상 장부가액을 승계하여 회계처리한다'라고만 규정하고 있지 구체적인 회계처리기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배·종속회사간 합병이 전체 기업합병의 40% 정도를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보다 명확하고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게 회계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회계연도 중에 합병이 이뤄질 경우 합병일 현재 종속회사의 재무제표에 대한 법정감사가 의무화 돼 있지 않기 때문에 장부가액을 100%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 이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개선도 필요하다는 주문.
 
반대로 종속회사가 아닌 회사에 대해서는 공정가액으로 자산과 부채를 승계해야 하며 장부장부가액과 공정가액의 차이가 중요하지 않을 경우에도 이를 주석에 언급해야 한다.

그러나 카톨릭대 신현걸 교수 등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2003년까지 합병한 기업 101곳 중 피합병법인의 자산과 부채를 장부가액으로 승계한 기업도 18개사나 되며, 장부가액으로 피합병법인의 순자산을 승계하면서 이에 따라 발생한 모든 합병관련 비용을 부의 영업권으로 처리한 기업도 한 곳 있었다.

이는 통상적으로 토지나 건물 등의 공정가액(시가)이 장부가액보다 높기 때문에 이를 공정가액으로 승계할 경우 과세특례요건을 충족하더라도 합병평가차익에 대한 법인세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합병법인의 한계세율이 높을수록 피합병법인의 자산을 장부가액으로 승계해 법인세를 피하려는 유혹이 강한 것이다.

합병시 발생하는 부의영업권을 어떻게 환입하느냐는 합병 기업의 당기순이익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이와 관련한 회계처리 규정을 정확하게 지키고 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

신 교수는 "지난 2000년부터 2003년까지 합병한 기업 중 부의영업권이 발생한 14개 상장 기업의 부의영업권 평균금액이 1000억원 이상"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무적으로 인수합병준칙에 규정한 부의영업권 환입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규정이 지나치게 복잡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즉, 규정자체가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이를 100% 정확하게 지키는 것이 힘들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의영업권 환입규정을 보다 단순하고 명확하게 개선해 기업들이 지킬 수 있도록 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최근 기업들의 M&A가 보다 활성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인수합병과 관련한 회계처리 기준을 보다 명확화고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합병기업들의 상당수가 회계처리 기준을 정확하게 지키고 있지 않으며 주석공시 또한 전반적으로 충분하지 않은 수준이라는 사실을 직시하고 금융감독당국은 합병기업에 대한 감리와 공시감독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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